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0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교육부 조직과 기능을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서명식에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을 초청했다. 학생들은 대통령 주위에 배치된 수업용 책상에 앉아 교육부 폐지 행정명령 복제본에 각자 서명하고 이를 펼쳐 보였다. 교육부 폐지가 정책의 당사자인 학생들을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려는 연출로 해석됐다. 교육부는 1979년 설립 이래 미국 진보·보수 진영의 정책과 이념이 충돌하는 최전선이었으며, 트럼프는 교육부 폐지가 “역사적 행동”이라고 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교육부를 사실상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979년 설립된 교육부는 그간 보수·진보 진영의 교육 철학과 정책 이념이 충돌하는 최전선으로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돼왔다. 이날 트럼프가 명령에 서명하며 “45년에 걸친 역사적 행동”이라고 했을 정도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교육부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문화 전쟁’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열고 “교육을 본래 속해 있던 주(州)로 되돌릴 것”이라며 “교육부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연방 정부 축소를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가 장관이 이끄는 내각 부처를 없애는 건 교육부가 처음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교육부의 기능을 최대한 축소하고 교육정책 권한을 각 주에 반환하는 내용이다. 교육부에는 학자금 대출, 저소득층 지원, 특수교육 지원 등의 기능만 남기도록 했다. 또 교육부 자금이 DEI와 성별 이념(gender ideology) 증진에 쓰이는 걸 금지했다. 트럼프는 린다 맥맨 교육부 장관에게 “부디 마지막 장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맥맨 장관은 최근까지 약 4000명의 교육부 직원 중 절반을 해고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이 20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교육부 폐지 행정 명령 서명식에 참석해 있ㄷ./AP 연합뉴스

미국에서 교육 문제는 오랫동안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었다. 보수 진영은 관료주의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부모가 자녀 교육에 더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중시하는 이들은 공립학교의 다양한 대안을 학생과 가족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 선택(school choice)’ 정책을 주장한다. 이는 미 전역에서 공립학교 10만 곳, 사립학교 3만4000곳을 관할하며 약 1조6000억달러(2350조원)의 학자금 대출을 집행하는 교육부의 존폐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첫 임기(2017~2021년)에도 대선 캠프에 거액을 기부한 베시 디보스를 교육부 장관에 임명해 교육부 개혁을 맡겼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커 실패했다. 자녀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를 정부 아닌 부모가 결정해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교육부 불신은 뿌리 깊다.

20일 워싱턴 DC 미국 교육부 청사./AFP 연합뉴스

특히 각 학교에서 최근 DEI 교육을 강화하고,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 학생의 성(性) 정체성에 부모·교사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교육과정을 짜면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인종차별의 관점에서 미국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비판적 인종 이론(CRT)’에 대한 반감도 크다.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 ‘맘스 포 리버티(Moms for Liberty)’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지시하는 관료주의 대신, 지역사회와 부모가 교육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선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연방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한다. 이들은 모든 학생의 동등한 교육 권리를 강조하는 만큼 DEI 교육을 중시한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교육부를 폐쇄하면 학급 규모는 커지고, 교사들은 해고되며, 특수교육 프로그램은 삭감되고, 대학 교육은 지금보다 비싸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학부모연합(NPU) 케리 로드리게스 회장은 “장애 및 취약 지역 출신 학생들은 정당한 교육 기회들을 거부당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폐지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상원에서 60명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만큼 53석을 가진 공화당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교사연맹은 “법정에서 보자”는 성명을 발표하며 법적 대응부터 예고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의회를 우회하기 위해 해체 수준의 기능 축소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교육부의 핵심 기능은 유지되겠지만 규모와 범위는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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