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시험비행을 떠나기 전 수니 윌리엄스(59)의 모습과 올해 2월 ISS에서 찍힌 윌리엄스의 모습. /AFP·AP 연합뉴스

작년 6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시험 비행을 떠났다가 예기치 않은 문제들로 9개월 동안 발이 묶였던 우주비행사 2명이 18일 지구로 돌아왔다.

286일 만에 돌아온 부치 윌모어(62)와 수니 윌리엄스(59)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NASA 존슨우주센터로 이동해 의사의 검진을 받고 있다.

이송용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은 9개월 전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특히 윌리엄스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수년의 노화를 겪은 듯한 모습이었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6월 지구를 떠날 당시 길고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으나 그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얼굴 살이 눈에 띄게 빠지면서 지구를 떠날 당시보다 주름도 깊어지고 도드라졌다.

18일 수니 윌리엄스가 286일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AF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우주에서 예정된 기간보다 더 오래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스트레스가 윌리엄스의 머리카락을 하얗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생성되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등은 검은 머리를 유지하게 하는 멜라닌 생성 줄기세포의 고갈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사우스웨일스대학의 인간생리학 전문가 데미안 베일리 교수는 BBC에 “우주는 인간이 경험해 본 가장 극한의 환경”이라며 “인간은 아직 극한 상황을 처리하도록 진화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체중 감량 역시 대부분의 우주인이 겪는 현상이다. BBC는 “우주에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NASA는 우주비행사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주비행사들의 몸에는 변화가 나타난다”고 했다.

일례로 과거 340일 동안 ISS에 머물렀던 NASA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는 체중의 7%를 잃었다. 또한 켈리의 장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우주 비행을 하기 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작년 9월 ISS에서 머무르는 수니 윌리엄스와 부치 윌모어의 모습. 윌리엄스의 얼굴살이 급격히 빠져 있다. /AP 연합뉴스

노화와 관련된 DNA의 변화가 발견되기도 했다.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환경 및 방사선 보건학 교수 수전 베일리는 BBC에 “우주비행사 1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우주 체류 중에는 텔로미어가 길어졌다가 지구 귀환 후 모든 이의 텔로미어 길이가 급격히 짧아졌다”고 했다.

DNA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짧아져 노화 속도를 측정할 때 사용된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질수록 DNA 손상, 알츠하이머, 당뇨병, 심장 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

베일리 교수는 우주 방사선 혼합물에 노출됐거나 스트레스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미국 보잉사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를 타고 시험 비행을 갔다가 스타라이너에서 여러 결함이 발견되면서 발이 묶여 ISS에 장기 체류했다. NASA는 우주비행사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이들을 스타라이너에 다시 태우지 않은 채 무인 상태로 귀환시켰고, 이들의 귀환 일정은 갑자기 수개월 밀렸다. ISS 임무 교대 팀인 크루-10 우주비행사들이 최근 ISS에 승선하면서 이들은 마침내 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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