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미디어국(USAGM) 예산 삭감으로 방송 중단 위기에 처한 자유유럽방송(RFE·Radio Free Europe)에 자금을 대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이같이 밝히면서 “공산주의 시절 (체코 국민에게) RFE가 어떤 의미였는지 생생히 기억한다. 그 중대한 역할을 이어가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
냉전 시기에 RFE가 송출하는 서방 세계의 뉴스를 들으며 민주화를 꿈꿨던 한때의 공산국가 체코가 이번에는 RFE를 지키려고 나선 것이다. 1989년 ‘벨벳 혁명’을 통해 공산 정권을 무너뜨리고 비폭력 민주화를 일궈낸 체코(당시 체코슬로바키아) 국민들은 RFE에 남다른 추억을 갖고 있다. 옛 소련의 체제 선전과 정보 통제 가운데 RFE는 동구권 국가에 소련을 비롯한 공산 정권의 실체를 알리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 역할을 했다. RFE에 따르면, 1963년부터 1988년까지 체코 성인 인구의 약 30~40%가 RFE의 주간 체코슬로바키아어 방송을 청취했다고 추산된다.
체코 정부는 나아가 유럽의 자유 진영 국가들이 미국에서 RFE를 인수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 장관 회의에서 카야 칼라스 EU 외교 안보 고위 대표는 “우리의 지원을 바라는 다른 조직이 너무 많아 (RFE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확답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행정명령을 통해 REF 및 미국의소리(VOA)·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관할하는 USAGM을 해체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 후 이 방송들은 전면 중단됐다. 미 정부의 지원금 중단을 막기 위해 RFE 등은 지난 19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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