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238명을 국제 마약 밀매·폭력 집단인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 연관 혐의 등으로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가운데, 추방된 베네수엘라인 상당수가 단순히 특정 문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원으로 지목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3일 미 스페인어 언론 ‘라오피니언’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베네수엘라인 238명은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TdA와 연관됐다는 혐의를 받는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출신 추방자들의 도착을 발표하면서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인 TdA 관련 혐의자는 238명”이라고 말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불법 체류 중인 TdA 갱단원을 ‘적성국 국민법(AEA·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AEA 적용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나 가능하다며 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트럼프 정부는 추방을 강행했다.
그러나 추방된 베네수엘라인 중 대다수는 범죄 이력이나 증거가 없는데도 특정 문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TdA 조직원이라는 의혹을 받았다고 매체는 주장했다.
매체는 몇몇 사례도 소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축구 선수 헤르세 레이예스 바리오스다. 그는 팔에 축구공, 왕관 문신과 ‘디오스(신)’라는 단어를 새겼다. 당국은 이 문신을 범죄 조직원을 암시하는 상징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해당 디자인이 스페인 프로축구(프리메라리가) 명문 팀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본뜬 것이라고 주장했다. 13세부터 이발사로 일한 프랑코 카라발로(26)는 망명 신청이 진행 중이었음에도 엘살바도르로 추방됐다. 그의 아내는 프랑코의 문신이 장미, 딸의 생년월일이 적힌 시계, 사자, 면도날이며 범죄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추방된 이들 중에는 1년 가까이 건설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나 식당 웨이터, 식품 배달 기사도 있었다. 음악가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인 아르투로 알레한드로 수아레스 트레호(28)는 지난 2월 8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체포됐다. 이번에도 목에 있는 장미와 뱀 문신이 조직원이라는 근거였는데, 아내는 그의 문신은 범죄와 무관한 개인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의 변호사 레베카 셰프는 미 스페인어 언론 ‘유니비전 뉴스’에 “갱단원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당국이 자신을 체포하고 추방한 적법한 근거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에 이의를 제기할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행정적 결정”이라고 했다. 이민 변호사 앙헬 알바레즈는 “적법 절차, 헌법에 규정된 방어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기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 작전을 이끄는 톰 호먼 미국 국경 담당 차르는 이날 ABC 방송에 “(추방 대상자를 태운) 비행기에는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에 탑승한 모든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수많은 범죄 수사, 정보 보고서, 그리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의 업무를 기반으로 할 때 모두 TdA 구성원이었다”며 “갱단원 중 범죄 경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있지만, 그들은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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