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 23일부터 이곳에서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제한적 휴전 회담이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제한적 휴전을 둘러싼 미국과 우크라이나간 고위 대표단 회담이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시작됐다. 당초 미국-우크라이나 회담과 미국-러시아 회담이 24일 동일한 장소(리츠 칼튼 호텔)에서 연쇄적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협의가 하루 먼저 시작됐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회담은 예정대로 24일 열린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끄는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소셜미디어(페이스북)를 통해 “방금 리야드에서 미국 대표단과 회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 의제에는 에너지 및 중요 인프라 보호를 위한 제안(제한적 휴전안)이 포함되어 있다”며 “현재 여러 가지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표단에는 에너지 전문가와 해군과 공군 담당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파울로 팔리사 대통령실 부실장은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났으나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미국-우크라이나, 미국-러시아 간 회담이 각각 별도 공간에서 열리며, 양측 간 직접 대화는 없을 예정이다. 팔리사 부실장도 “러시아 대표단과 회동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우메로우 장관과 팔리사 부실장을, 러시아는 그리고리 카라신 상원 국제문제위원장과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B) 고문을 파견했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 등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중단한다는 ‘제한적 휴전안’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다음 날(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제안에 대한 동의를 받았고, 바로 회담 일정을 공개했다.

러시아 대표단도 이날 리야드에 도착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미국과 러시아간 회담은 24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러시아 대표단은 회담에서 흑해 곡물 협정과 관련된 사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제한적 휴전안의 전제 조건으로 흑해 곡물 협정의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22년 7월 체결된 이 협정이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에만 도움을 주고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1년 만인 2023년 7월 17일 협정에서 탈퇴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푸틴은 단지 트럼프의 요구에 못 이겨 이번 협상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휴전 자체보다 시간을 끄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며 이번 협상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는 실제로 휴전 논의가 시작된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계속하며 휴전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날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의 민간인 지역을 또 공습해 아파트와 상가 등이 파괴되고 최소 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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