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가 작년 9월 열린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32‧충남아산)와 관련된 법원 판결문 이미지가 중국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충남아산은 “출처가 불명확한 정보”라며 “손준호가 국내에서 선수생활 하는 데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검색 포털업체 바이두가 소유한 중국 콘텐츠 공유 플랫폼 바이자하오에는 22일 중국 법원의 판결문을 캡처한 이미지가 올라왔다.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판결문에는 손준호의 ‘증인 진술’이 담겼다. 손준호는 “2022년 1월 1일 상하이 하이강과의 경기 2시간 전 진징다오가 나에게 와서 ‘천천히 뛰고 경기 템포를 조절해 골을 넣지 말자. 이 경기에서 이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동의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이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고, 평소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뛰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진징다오와 궈톈위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며 “결국 경기는 2대2 무승부였고, 우리는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는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경기 이틀 뒤 진징다오가 내 은행 계좌로 20만 위안(약 4000만원)을 송금했다”고 했다.

진징다오도 증인 진술에서 “경기 당일 점심에 선존후가 나에게 배당률을 물었다. 나는 ‘우리가 이기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면서 20만~30만 위안을 베팅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자 손준호도 ‘나도 20만 위안을 걸어줘’라고 했다. 나는 궈톈위도 찾아갔고, 그도 20만 위안을 걸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경기에서 줄곧 천천히 뛰었고, 손준호와 궈톈위도 이미 베팅한 상태였기 때문에 같은 태도로 경기했다. 궈톈위와 손준호에게 20만 위안을 송금했다”고 했다.

이 내용만 보면 손준호가 사실상 승부 조작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결문의 진위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었던 손준호는 2023년 5월 중국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되어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2022년 1월 상하이 하이강과의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이뤄졌고, 여기에 손준호가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구속 수사를 받던 손준호는 작년 3월 27일 귀국했다. 손준호는 귀국 이후 기자회견에서 팀 동료인 진징다오로부터 20만 위안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히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절대 불법적인 이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손준호 재판과 관련된 판결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손준호 측은 “판결문을 가져올 루트도 없고, 당장 판결문 열람을 신청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손준호에 대해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린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월 국제축구연맹(FIFA)에 손준호의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FIFA의 결정으로 징계가 중국에서만 유효해지면서 손준호는 지난달 K리그2 충남아산에 입단했다.

충남아산 측은 “중국 온라인에 올라온 캡처본을 살펴봤다”며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정보다. 손준호 입단 전 이미 FIFA 등에 문의를 거쳐 그가 선수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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