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는 캐나다가 내달 조기 총선을 치른다. 당초 예정됐던 투표일보다 6개월가량 당겨서 일찍 실시하는 것이다.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캐나다를 단결시키고 있는 집권 여당인 자유당이 최근 상승하는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4월 28일에 총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선거법상 애초 총선 날짜는 오는 10월 20일이었다. 그는 “트럼프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우리의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우리는 생애에서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트럼프는 우리를 분열시켜 미국이 우리를 소유하려고 하지만 결코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전임 쥐스탱 트뤼도의 뒤를 이어 취임한 카니 총리는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의 위협 속에서 반등한 집권 자유당 지지세를 발판 삼아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0년간 트뤼도 전 총리가 이끈 자유당은, 지난 1월 트럼프 취임 전까지만 해도 고물가 등 경제 사정이 악화하며 피에르 폴리에브르가 이끄는 제1야당 보수당에 지지율이 크게 뒤처져 있었다. 2023년 초 미국 공영방송 CBC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이 99%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와 캐나다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캐나다인들이 자유당을 구심점으로 응집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자유당은 보수당에 25%포인트 뒤지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박빙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카니가 이끄는 자유당이 보수당을 누르고 과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영국 BBC는 “캐나다인들은 미국과 무역 협상과 백악관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카니가 폴리에브르보다 더 유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카니는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인물”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캐나다 유권자들은 선거구 재조정으로 2021년 총선 때의 338명보다 5명 늘어난 343명의 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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