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5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 안삿(Ansat) 헬리콥터가 캐나다산 엔진 수리 문제로 대규모 운항 중단 사태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안삿 헬기에는 캐나다의 ‘프랫 앤 휘트니사 캐나다(Pratt & Whitney Canada)’가 제조한 PW207K 엔진이 장착돼 있다. 매뉴얼대로라면 엔진은 3000시간 운항 후 수리가 의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 운용 중인 49대의 안삿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운항 중단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러시아 헬리콥터 산업협회(HIA)에 따르면 러시아나 우호국에는 안삿에 대한 수리 정비를 수행할 수 있는 면허를 소지한 인증 기관이 없다. 더구나 프랫 앤 휘트니 캐나다는 서방 제재로 인해 장비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연방항공운송청은 “러시아는 프랫 앤 휘트니사 캐나다의 기술 문서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인증된 엔진 유지 관리를 조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가 이를 대체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향후 몇 년 동안 안삿 운항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2029년까지 49대의 헬기 전체가 운항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안삿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4년 7월 기준 러시아에는 안삿을 포함, 안삿-U 등 개량형 헬기를 포함하면 총 140대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그 중 88대의 헬리콥터는 국가공중앰블란스서비스(NAAS) 37대, 러시안헬리콥터시스템 12대, 파르마 항공 2대 등 민간 영역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 파르마 항공 소속 안삿(33076호) 등 4대는 운항 기록이 이미 2900시간에 육박했다.
현재 상태라면 이들 4대의 안삿은 2025년에 수명이 다할 예정이고, 2026년에는 6대, 2027년에는 11대, 2028년에는 3대, 2029년에는 25대가 퇴역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매뉴얼에는 안삿의 엔진 수명은 운항기록 3000시간이지만 연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문제도 제조사만이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제조사가 엔진을 점검하고 터빈과 날개의 상태를 분석한 뒤 운항 연장을 허가하도록 법으로 명시돼 있다. 현재 PW207K에 대한 대규모 수리를 하는 정비 공장은 미국 내 단 한 곳뿐이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엔진 개발과 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경제성 문제로 속을 태우고 있다.
PW207 K를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는 VK-650V 엔진을 개발했다. VK-650V는 러시아 최초의 650~750마력 규모의 헬리콥터 엔진이다.
2023년 엔지니어링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고, 2024년부터 안삿에 장착해 시험 중이다. 2025년 2월에 경 헬리콥터용 VK-650V 항공기 엔진에 대한 형식 인증을 받았지만, 이 엔진을 장착한 안삿의 인증은 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 교통부, 연방항공운송청, 로스텍, 러시안 헬리콥터스 등은 캐나다제 엔진을 러시아제 엔진으로 교체 가능한지를 두고 지속 논의 중이다.
하지만 애초 제조사의 참여 없이 헬기의 서비스 수명을 연장하는 것 자체가 비행 안전에 위험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비행 안전 및 인증 서비스 전문가 안드레이 파트라코프는 “터빈 블레이드 등 부품을 비순정품으로 교체하려면 설계 변경에 대한 인증이 필요하며, 원래 개발자 없이 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수명이 다한 캐나다제 엔진 PW207 K를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의 VK-650V 엔진을 장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복잡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