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예멘 공습 시그널 문자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지난 15일 예멘의 이슬람 무장단체 후티 공습 계획을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Signal)’ 앱으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미 잡지 ‘애틀랜틱’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실수로 해당 채팅방에 초대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보도가 나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존 랫클리프 CIA(중앙정보국) 국장 등은 25일 “채팅방 내용에 군사 기밀 정보는 없었다”며 애틀랜틱 보도를 부정하거나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헤그세스는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낸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역시 “기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26일 애틀랜틱은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박에 대해 “그렇다면 국민이 직접 문자 내용을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논란의 중심이 된 시그널 단체 채팅방(후티 PC 소그룹)의 전체 문자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다.

애틀랜틱 측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보안이 확보되지 않은 채팅방에 어떤 정보를 공유했는지 밝히는 것은 분명히 공익성이 있다”며 “특히 고위 관계자들이 그 메시지들의 중요성을 축소하려 하기에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개된 메시지에는 헤그세그가 전한 예맨 폭격 관련 공습 시각, 무기 종류, 목표의 실시간 위치, 작전 진행 상황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애틀랜틱은 “해당 문자들은 작전 2시간 전에도 실시간으로 전달되었으며, 이 정보가 만일 적대 세력의 손에 들어갔다면 미군 조종사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25일 미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털시 개버드(왼쪽) 국가정보국장과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이 예멘 공습 관련 시그널 채팅방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CIA 랫클리프 국장은 “문자에 포함된 정보는 모두 합법적이고 공개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애틀랜틱은 “이 정도 구체적인 내용이 군사 기밀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밀이냐”고 반박했다.

다음은 애틀랜틱이 공개한 공습 당일 시그널 채팅방의 전문.

헤그세스 : “현재 시간 (1144동부) : 날씨 양호. 중부사령부(CENTCOM) 확인 완료. 임무 개시 확정”

“1215동부 : F-18 전투기 이륙 (1차 타격조)”

“1345 : ‘트리거 기반’ F-18 1차 타격 시작 시간 (표적 테러리스트가 현재 위치에 있음, 제 시간에 맞춰 실행될 예정 – 또한 타격 드론(MQ-9) 발진)”

이 부분에서 애틀랜틱은 “이 시그널 메시지는 미 국방장관이 자신이 모르는 전화번호(즉 골드버그의 번호)가 포함된 단체 채팅방에 오전 11시 44분에 문자를 보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첫 전투기 이륙 31분 전, 그리고 주요 목표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 시점보다 2시간 1분 전이었다. 만약 이 문자가 미국에 적대적인 자, 혹은 단순히 부주의한 사람에게 전송되었다면, 후티 반군은 그들의 거점을 기습하려는 미군의 계획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했을 것이고, 그 결과는 미군 조종사들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고 했다.

헤그세스의 문자는 이어졌다.

“1410 : F-18 추가 이륙 (2차 타격조)”

“1415 : 타격 드론 표적 도달 (이 시점에 첫 폭탄 투하 예정, 앞선 ‘트리거 기반’ 표적에 따라 변동 가능)”

“1536 : F-18 2차 타격 시작 – 또한, 첫 해상발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됨.”

“이후 일정에 따라 더 있음.”

“현재 작전 보안 이상 없음.”

“우리 전사들에게 신의 가호를.”

이후 J D 밴스 부통령이 “승리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답글을 달고 오후 1시 48분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VP(부통령님). 건물이 붕괴됨. 다수의 신원 확인 완료. 피트(국방장관), 쿠릴라(중부사령부 사령관), 정보당국, 훌륭한 작업.”

애틀랜틱은 “‘다수의 신원 확인’이라는 표현은 미 정보당국이 인간 혹은 기술적 자산을 통해 후티 반군 표적의 신원을 확인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오후 2시 문자는 이어졌다.

왈츠 : “첫 번째 표적—그들의 최고 미사일 요원—그가 여자친구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포착됐고, 그 건물이 지금 무너졌다.”

밴스 : “훌륭하다”

랫클리프 : “좋은 시작이다”

애틀랜틱은 “예멘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최소 5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수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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