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콜로라도 의사당 대통령 초상화 갤러리. 이곳에 걸려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철거되면서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AFP 연합뉴스

미 콜로라도주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왜곡됐다”며 불만을 제기한 초상화를 의사당에서 철거했다.

2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콜로라도주 의사당에 전시된 트럼프의 초상화가 25일 철거됐다. 트럼프가 지난 23일 불만을 제기한 지 하루 만에 공화당이 이 그림을 철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당시 트루스소셜을 통해 “아무도 자신에 대한 나쁜 그림이나 묘사를 좋아하지 않겠지만, 콜로라도 주 의사당의 그림(초상화)은 의도적으로 왜곡됐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그렸는데 그는 훌륭해 보이지만 내 그림은 정말 최악이다. 없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24일 “공화당 지도부가 철거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콜로라도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화당이 의사당에 트럼프 초상화를 걸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고 싶다면, 그것은 그들의 몫”이라고 했다.

3월 24일(현지 시각) 덴버의 콜로라도 주 의사당을 찾은 방문객들이 3층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찍고 있다./덴버 포스트/AP 연합뉴스

해당 초상화는 콜로라도스프링스 출신 화가 사라 보드먼이 그린 것으로 2019년부터 주 의사당에 전시돼왔다. 공화당은 지난 2019년 트럼프 초상화 제작을 위해 1만달러(약 1460만원) 이상을 모금했고, 같은 해 8월 초상화를 공개했다. 보드먼은 2019년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비대립적이고 사려 깊은 표정으로 묘사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시 초상화는 트럼프의 본 모습과 달리 ‘사려 깊게 보인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보드먼은 “초상화는 정치적 성명이 아니라 인간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며 공식 초상화는 이를 보는 관람객들이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콜로라도 의사당 대통령 초상화 갤러리에 걸려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 /AP 연합뉴스

철거된 초상화는 덴버 주립 박물관 ‘히스토리 콜로라도(History Colorado)’에 보관됐다. 콜로라도 상원 공화당 대변인 조슈아 블라이는 “새로운 초상화가 언제 설치될지, 기금은 어떻게 모을지, 누가 그릴지 등이 모두 미정”이라고 밝혔다. 콜로라도 주지사실 대변인은 9뉴스를 통해 “대통령이 예술 작품에 관심을 보인 것에 감사하다”며 “이번 관심이 덴버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초상화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프랑스 화가 테오발드 샤르트랑이 그린 초상화를 “울부짖는 고양이 같다”며 거부했고 린든 존슨은 피터 허드의 초상화를 “가장 추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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