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월 29일)에서 세 날 밤만 자면 4월입니다. 4월 하면 인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잔인한 사월(2009년 4월 발매)’이란 곡이 떠오릅니다. 새학기로 들뜬 3월이 가고 4월을 맞았지만, 미처 들썩인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쓸쓸함과 공허함을 안게 된 어린 청춘의 방황을 위로하는 곡입니다.
곡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4월은 ‘잔인한 사월’이란 이명이 들어맞는 달이라는 생각입니다. 세월호 참사,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 등 가슴을 메이게 만드는 사건들이 수년 전 이달 벌어지거나 공개됐습니다.
돌아오는 4월엔 예년보다 많은 단비가 내려, 경북 산불의 화마를 물러가게끔 해줬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단비를 메구미노아메(恵みの雨)라고 합니다. ‘은혜의 비’라는 뜻입니다.
이번주도 이런저런 바쁜 일상 속 못 보고 지나치셨을, 일곱 가지 국제 뉴스를 정리했습니다. 은혜로운 한주가 되길.
◇日 ‘고령자 ATM 이용금액 제한’
일본 경찰이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하루 인출·이체할 수 있는 한도를 최대 30만엔(약 292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안. 급증하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특수 사기에서 고령자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입니다.
일본 경찰청은 범죄 수익 이전 방지법의 관련 규칙을 개정해 이같이 고령자의 이용한도를 일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찰청은 전국은행협회 등과 세부 방안을 조율 중”이라며 “일괄적으로 인출 제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ATM의 이용한도액을 각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습니다. 예컨대 인출은 하루 최대 50만엔, 송금·이체는 100만엔과 같이 은행마다 제각각인데요.
범죄 조직이 고령자 등에 전화를 걸어, 가족이나 공공기관 등을 사칭해 ATM으로 유도한 뒤 지정된 계좌로 송금하게 하는 특수 사기 피해가 만연한 상황. 특히 고령자가 주요 타깃으로, 작년 피해자 2만951명 가운데 약 45%인 9415명이 75세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각료 회의에서 고령자의 ATM 이용 제한을 포함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 경찰청은 한도 제한액을 고령자들이 불편을 가장 적게 겪는 수준인 하루 30만엔으로 정했습니다. 고령자들이 큰 금액을 인출하는 주된 금융거래인 연금 지급액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日 ‘고령자 ATM 이용금액 제한’.. 보이스피싱 대책
◇“하마스 이제 떠나라, 우리는 지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최근 파국을 맞아 전쟁이 재개된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이 자신들을 통치하는 하마스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지난 27일 AP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마을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3000여 주민이 모여 “우리는 하마스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인근 가자시티와 시자이야 지역에서도 ‘하마스는 떠나라’ ‘우리는 지쳤다’ 등의 구호를 앞세운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남부 요충지인 칸유니스로까지 시위가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고 합니다.
시위에 참여한 아마르 하산은 AP에 “우리의 시위가 이스라엘 점령을 멈추지는 못하지만, 하마스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마스는 온건 성향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LA)와 노선 차이로 대립해 2006년부터 서안은 PLA가,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분점해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의 격퇴전으로 가자지구는 폐허가 됐습니다.
지난 1월 어렵게 휴전이 성사됐으나 연장 협상이 결렬되면서 최근 교전이 재개됐고,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절대 권력’ 하마스에 대한 주민 분노가 치솟으면서 규탄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쟁 발발 이래 가자지구 내 희생자는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을 포함해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마스 이제 떠나라, 우리는 지쳤다” 가자지구서 잇단 시위
◇챗GPT 새 이미지 생성기 저작권 논란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로 유명한 미국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바꿨습니다. 새 프로필 속 올트먼은 만화 주인공처럼 익숙한 모습. 짧게 비쭉비쭉 솟은 갈색 머리에, 크고 동그란 눈은 푸른색이지만 피부색은 동양인처럼 살구색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화풍(畫風)으로 올트먼을 묘사한 것인데요. 오픈AI가 지난 25일 ‘챗GPT-4o’에 새로 탑재한 이미지 생성기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미지 생성기는 사진을 특정 애니메이션 제작사 혹은 만화가의 화풍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자신의 프로필을 바꾼 올트먼처럼, ‘스타워즈’ ‘대부’ ‘해리포터’ 등 유명한 영화의 명장면들을 지브리풍으로 바꾼 그림들이 소셜미디어에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내 소셜미디어에도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봉준호 감독의 2019년작 ‘기생충’ 포스터를 지브리나 일본 만화 ‘도라에몽’ 화풍으로 변환한 그림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려면 챗GPT-4o가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활용해 화풍을 학습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오픈AI가 지브리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저작권 계약을 맺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미국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은 “오픈AI와 지브리 모두 저작권 계약 관련 문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저명한 제작사나 만화의 화풍을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브리·디즈니 아니면 뽀로로풍? 챗GPT 새 이미지 생성기 저작권 논란
◇메신저로 군사 작전 짠 美 행정부
J D 밴스(미국 부통령): “공격을 미루고 경제 상황을 살핀 뒤 실행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 “더 기다리면 계획이 유출돼 우리가 우유부단해 보일 수 있습니다.”
마이클 왈츠(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이건 결국 미국이 결정해야 할 몫입니다.”
미국이 예멘의 이슬람 무장 단체 후티에 대한 공습 작전을 개시하기 전날인 지난 14일, 미 정부 지도부 인사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미 잡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지난 24일,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로 내게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냈다’는 기사에서 극도의 안보를 요하는 전쟁 작전을 수립하는 과정에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미 최고위 인사들이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메신저인 ‘시그널’을 통해 군사 계획을 논의했을 뿐 아니라 채팅방에 실수로 기자를 초대해 놓고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을 폭로했는데요. 미국은 지난 15일 홍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는 서방 선박들을 공격해온 후티에 대한 기습 공격을 실제로 단행했습니다.
사건은 지난 11일 시작됐습니다. 골드버그 편집장의 시그널 앱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름인 ‘마이클 왈츠’라는 계정으로부터 대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틀 뒤인 13일 오후 4시 28분, 골드버그 편집장은 ‘후티 PC 소그룹’이라는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습니다. 이 방에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이름이 같은 18명의 계정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채팅방에서 왈츠는 “앨릭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이 오늘 상황실 회의에서 나온 실행 과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이때만 해도 나는 이 채팅방이 실제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국가안보 지도부가 시그널 앱을 통해 전쟁 계획을 논의하리라고는 믿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미 정부는 국가 안보 관련 정보에 대한 엄격한 보안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들은 기밀 정보를 반드시 정부 승인 장비나 보안 통신망을 통해서만 주고받아야 합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아마추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고 기밀을 문자로 가지고 놀았다”며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CNN은 “트럼프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반기를 들지 않을) 아마추어들로 정부 고위직을 채웠고 그들은 결국 전쟁 계획을 메신저로 토론하고 드러내는 극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전했습니다.
☞메신저에서 군사 작전 짠 美… 채팅방에 기자 있는 줄도 몰랐다
◇“연구비 눈치 안 주는 유럽 갈래요” 美 떠나는 과학자들
미 국립보건원(NIH)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생의학 연구소로 꼽히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야스멘 벨카이드 소장은 최근 “미국에 간 유럽 출신뿐만 아니라 미국인 과학자들까지, 요즘 ‘유럽으로 가고 싶다’는 연락이 매일같이 온다”고 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경제 일간지 라트리뷴 인터뷰에서 “미국에선 더 이상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슬픈 현실이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했습니다.
미국 내 과학자들의 ‘대탈출’ 조짐에, 유럽 대학과 연구 기관들이 발 빠르게 인재 유치에 나섰다고 영국과 프랑스 매체들이 지난 25일 보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부 효율화’ 및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퇴출’ 기조에 수천 명의 연구자가 해고되거나 연구비가 끊기는 처지가 되자, 유럽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벨기에 국립 브뤼셀 자유 대학교(VUB)는 최근 해외 과학 연구자를 위한 박사후연구원(박사 과정을 마치고 전문적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 과정 12개를 신설했다고 합니다. 영국 가디언은 “사실상 미국인 학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VUB는 최근 미국 내 연구 기관들과 두 개의 사회과학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 중이었는데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두 연구 모두 ‘정책 우선순위 변경’을 이유로 지원이 취소됐습니다. VUB는 이 연구를 구제하는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 내 과학자들의 유럽 이주 수요를 확인하고 인재 유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프랑스의 엑스-마르세유 국립대는 아예 영어로 ‘과학의 안식처(Safe Place for Science)’라고 이름 붙인 미국 출신 과학자 영입 프로그램을 지난 19일 내놨습니다. 안내 홈페이지에는 “연구에 위협과 방해를 느끼는 미국인 과학자들을 환영한다”고까지 써놨습니다.
☞“연구비 눈치 안 주는 유럽 갈래요” 美 떠나는 과학자들
◇네타냐후의 폭주, 검찰총장까지 해임
이스라엘 정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근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정보기관 수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해임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내각은 지난 23일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어요. 2022년 임명된 미아라 총장은 최근 네타냐후가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을 전격 경질한 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갈등을 빚었습니다.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가 미아라 총장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소·재판 등 사법 절차 전반을 감독하는 검찰총장이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미아라 총장은 “이번 표결은 법률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스라엘 현행법상 검찰총장을 해임 또는 임명하려면 고위 법조인 등 5명으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가 청문회를 열고 의견을 정리해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정부는 위원회에 참여할 법조인들을 찾지도 못한 상태”라며 “전례 없는 조치(투표)는 경질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에르도안 정적 제거 후폭풍… 대규모 反정부 시위
올해로 23년째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적(政敵)이자 이스탄불 시장(市長)인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최근 돌연 체포, 구속되면서 튀르키예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마모을루는 튀르키예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입니다. 온건·포용적 정치 철학과 합리적 정책, 온화한 태도로 큰 인기를 얻어 왔는데요.
대선을 3년 앞둔 에르도안이 미리 경쟁자의 싹을 자르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에서 불붙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튀르키예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이스탄불 시청이 있는 구시가지 사라차네 광장 등 각지엔 수만 군중이 모여 이마모을루의 구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에르도안이 자신의 독재를 연장하려 이마모을루에게 누명을 씌웠다” “사법부는 즉각 이마모을루를 석방하라”고 주장합니다.
이마모을루는 지난 19일 부패와 테러 단체 연루 혐의로 같은 당 의원 등 여섯 명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스탄불 검찰청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연계 조직을 지원했고, 사업가들에게서 금전을 수취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마모을루는 앞서 지난 18일 이스탄불대 경영학과 졸업 학위를 갑자기 취소당하기도 했는데요. 1990년 편입한 그의 학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놓고도 그의 2028년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습니다. 튀르키예 선거법은 대통령 후보 출마 자격을 ‘학사 학위 이상 취득자’로 정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위 취소 조치 다음 날 그가 경찰에 체포당하자 튀르키예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AFP는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 81주 중 최소 55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 에르도안 정적 제거 후폭풍… 리라화 폭락, 대규모 反정부 시위
3월 마지막 주 ‘원샷 국제뉴스’는 이상으로 마칩니다. 소중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