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이끄는 가운데, 그의 이런 행보에 반대하는 조직적인 시위가 29일 미 전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미 CNN과 AP통신에 따르면, 미 뉴저지,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욕, 메릴랜드, 미네소타, 텍사스주 등 200개 이상의 테슬라 매장 앞에선 ‘테슬라 해체’(Tesla Takedown) 시위가 열렸다. DOGE 수장인 머스크가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예산 축소 등을 주도하며 정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항의다.
수십에서 수백 명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일론을 싫어하면 경적을 울려라”, “억만장자 ‘브롤리가르히’(Broligarchy·정치에서 지나칠 정도로 통제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부유층 남성 집단을 가리키는 신조어)에 맞서자”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었다. 일부 시위대는 플래카드를 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샌프란시스코 테슬라 전시장 앞에는 약 200명이 모였다. 시위로 인해 시내가 복잡해지자 무인 자율 주행 차량 웨이모가 인파를 피하느라 혼란을 겪기도 했다. 테슬라 쇼룸은 차 한 대 없이 경비원 몇 명이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시위에는 뉴욕주 의원이자 뉴욕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참석해 “세계 최고 부자가 미국 대통령을 매수했다”고 외쳤다.
이전 항의 시위들이 다소 산발적이었던 데 비해 이날 시위는 테슬라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277곳을 모두 포위하려는 첫 시도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시위대 건너편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맞서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호주를 시작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영국 런던 테슬라 매장 앞엔 20여 명이 모였다. 현장을 지나가는 차량들도 경적으로 지지를 표했다. 런던 시위에 참석한 미국인 캠 휘튼은 “우리는 그저 시끄럽게 만들고 소음을 냄으로써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에서 행한 나치식 경례를 비꼰 표지판도 등장했다. 테슬라 차량을 나치 독일의 문양을 뜻하는 ‘스와스티카’에 빗대기도 했다. 시위 주최 측은 또한 머스크에 대한 항의 표시로 테슬라 차량과 주식을 매도하자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주최 측은 다만 테슬라 파괴 행위에 대해선 경계하고 있다. 이 단체는 “우리는 비폭력 풀뿌리 저항 운동”이라며 “우리는 폭력과 재산 파괴에 반대한다. 공공 재산에 대한 평화적인 시위는 국내 테러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머스크에 대한 반감으로 테슬라 차량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자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이를 국내 테러 행위에 비유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