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다수의 형사 사건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트럼프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2028년에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면 트럼프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
배넌은 지난 27일 자신의 팟캐스트 ‘워룸(War Room)’에서 “신이시여, 우리가 2028년에 (대선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보우소나루처럼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세력의 폭력 행위를 선동하고 쿠데타를 계획한 혐의 등을 받는 ‘열대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관련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배넌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원을 탈환하고, 트럼프를 탄핵하려 할 것”이라며 “2027년 첫 주부터 탄핵 절차를 시작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 이듬해 치러지는 2026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현재 과반을 점하고 있는 하원을 민주당에 내줄 경우, 2027년 초 새 의회가 출범하는 즉시 민주당이 트럼프에 대한 세 번째 탄핵 절차를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배넌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가리켜 “사람들이 아직도 11월 4일(대선)과 취임식, 무도회의 황홀함에 젖어 있다. 우리는 전쟁 중”이라며 “지난 72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볼 때, 우리가 정치 전쟁 속에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깨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는 걸 모른다면, 그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관계 입막음 대가로 13만달러(약 1억9000만원)를 지급하고 이를 회사 회계 장부에 허위로 기록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법원에서 34건의 업무 기록 위조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트럼프는 기밀문서 불법 보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시도 등으로 연방 및 조지아주에서 형사 기소되었으나,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사건 대부분은 일시 중단됐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자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주도하던 연방 사건 수사들에 대한 기소 등은 모두 취하됐고, 조지아주의 선거개입 사건은 여러 이유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뉴욕 법원의 입막음 돈 사건은 조건 없는 면책 판결로 종결되면서 벌금이나 형벌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모두 대통령 재임 중에 한정된 것으로, 퇴임 이후에는 중단됐던 수사나 재판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미국의 헌법적·관행적 장벽이 존재하지만, 퇴임하면 일반 시민과 동일한 법적 지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배넌은 이러한 상황이 임시적인 면책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을 경우 트럼프가 브라질의 보우소나루처럼 실형에 처해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배넌을 비롯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2028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3선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는 어떤 개인도 두 번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배넌은 이 조항이 연속 임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하지만, 이는 주류 헌법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