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프랑스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이 국회에 출석해 앉아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성향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이자 유력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 의원이 31일 유럽의회 보좌진 급여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이 중 2년 실형)과 10만 유로 벌금, 5년간 공직 선거 출마 금지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공직 출마 제한은 선고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2027년으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 르펜이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 전 항소심이나 최종심이 열려 여기서 승리해야만 출마 자격이 회복된다.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와 프랑스 총선에서 약진하며 급격히 세를 불려온 RN에 큰 타격이다.

파리 형사 법원은 이날 “르펜이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해 공직자로서의 신뢰를 심각히 훼손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르펜 외에 유럽의회 의원으로 재직했던 전·현 당원 8명도 유죄 선고를 받았다. 르펜은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 대표 시절 당직자 수십 명을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 등록, 이들의 월급을 타내는 방식으로 유럽의회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아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르펜과 RN 관계자들이 11년 이상 총 290만 유로(약 46억원)의 유럽의회 자금을 유용했다”며 “극우 정당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의 비용을 유럽의회가 부담한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범행 구조의 핵심에 르펜 의원이 있다”고 지적했다. 르펜이 받은 2년의 실형은 전자발찌 착용 조건 하에 자택 구금 등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펜은 이번 판결로 현직인 파드칼레 지역구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2027년 대선을 포함한 향후 선거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분석했다. 그가 대선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대선 후보 등록 전에 항소심 혹은 최종심이 열려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지만, 앞으로 시간이 2년 밖에 없는데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 검찰은 앞서 2024년 11월 르펜에게 징역 5년(3년 집행유예 포함), 벌금 30만 유로, 5년 공직 출마 금지를 구형했다. 검찰은 당시 “공직 제한은 항소 여부와 무관하게 즉시 발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르펜은 2017년과 2022년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였다. 특히 지난해 RN이 유럽 의회 선거에서 1위,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단일 정당 최대 의석(123석)을 확보하는 등 크게 약진하면서 르펜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경우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