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장기간 고열을 앓고 심한 경우 피를 토하는 호흡기 질환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러시아 당국은 “새로운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미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지난달 29일 러시아의 텔레그램 채널 ‘샷(SHOT)’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 채널에 따르면 러시아 여러 도시에서 환자들이 몇 주간 지속되는 고열과 몸살, 심한 기침을 겪었으며 일부는 혈액이 섞인 가래를 토했다. 이들은 인플루엔자 A, B형과 코로나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알렉산드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환자는 “병이 난 지 5일째 되던 날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며 “항생제를 복용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기침 발작은 멈추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일각에서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의심했다. 이는 독감이나 폐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초기에는 발열과 두통, 인후통 등이 나타나며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 의료진은 진료 기록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상기도 감염’이라고 기재했다. 비슷한 증상을 겪은 한 시민은 “기침 때문에 갈비뼈가 아플 정도”라며 “먹는 것도 힘들고 약을 먹어도 아프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열은 3주간, 기침은 한 달 이상 지속됐다. 코로나가 훨씬 더 빨리 나았던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러시아 연방 영토에서 새로운 또는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현재 러시아의 호흡기 감염 상황은 안정적이고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현재 발생하는 호흡기 증상들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포함한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계절적 기준을 넘어서는 입원이나 지역 감염 클러스터의 증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코로나19 발생은 3000건으로 전주 대비 20.2% 감소했으며 독감 발생률도 10.8% 줄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의 겐나디 오니슈첸코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파스퇴르 연구소의 공식 보고서에도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현재 상황을 과장하지 말고 연구 데이터를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러시아 의료진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홍보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의사 3000명 중 52%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응답했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불필요한 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공식 채널을 통해 의학적 지침을 구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