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이 비트코인 채굴 회사를 설립하는 등 트럼프 일가가 가상 화폐에 대한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가 비트코인 채굴 회사 ‘아메리칸 비트코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비트코인 채굴업체 허트8(HUT8)과 합병해 새로운 회사를 출범했으며 허트8이 지분 80%를, 트럼프 형제가 투자한 아메리칸 데이터센터가 나머지 20%를 보유했다. 에릭 트럼프는 새로운 회사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성명을 통해 “처음부터 우리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업을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며 “단순히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채굴 사업이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채굴기 6만1000대를 가동할 예정이다. 트럼프 일가는 이를 통해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채굴 업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채굴은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이용해 비트코인 거래를 처리하고 새로운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 사업이다. 초기에는 개인도 참여할 수 있었으나 산업이 성장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사업으로 발전했다.
트럼프 일가의 채굴 사업은 지난 2월 시작됐다. 에릭 트럼프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도미나리 홀딩스가 ‘아메리칸데이터센터’(ADC)를 설립했다. 당시에는 인공지능 산업용 컴퓨팅 인프라 개발이 목적이었지만, 이번 합병을 통해 비트코인 채굴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번 채굴 사업은 트럼프 일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세 번째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다. 트럼프와 아들들은 이미 두 종류의 디지털 통화를 제공하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을 설립했다. 트럼프와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각각 밈코인도 출시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 비트코인을 두고 “가상 화폐는 달러와 경쟁하는 또 다른 통화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때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에 친화적인 공약들을 발표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친(親) 가상 자산 인사들을 백악관 등 핵심 보직에 정책 담당자로 지명했다. 취임 직후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가상자산 전략 비축 추진을 지시했다. 가상자산 전략 비축은 정부가 범죄자들로부터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정부 예산으로도 신규 구매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윤리 전문가들은 트럼프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이 미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이해상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