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와 태국을 강타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태국 방콕의 건물이 흔들렸을 당시, 한 한국인 남성이 아내와 딸이 있는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무너지는 고층 빌딩 연결 다리를 뛰어넘는 모습이 공개됐다.
1일 태국 방송 타이라스TV,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는 지난달 28일 방콕 통로 지구의 고급 레지던스 ‘파크 오리진 통로(Park Origin Thonglor)’의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가 무너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끊어진 연결 다리를 뛰어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태국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바오유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 속 남성이 자신의 남편인 한국인 권모씨라고 밝혔다.
그가 전한 당시 상황에 따르면 이 단지에 거주하는 권씨는 지진 발생 당시 건물 52층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건물이 흔들리자 권씨는 아내와 딸이 있는 맞은편 건물로 이동했고, 이때 다리 연결 부분이 끊어지면서 무너지는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남편을 한국어 호칭 ‘오빠’라고 칭한 바오유리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며 “오빠는 그저 가족을 돕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다행히 권씨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을 뿐 크게 다치지 않았다.
권씨는 타이라스 TV를 통해 “그저 아이 걱정뿐이었고 아내와 아이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다리를 건너기 시작할 때는 콘크리트가 아직 분리되기 전이었다”고 했다.
그는 다리를 건너다 큰 소리를 들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가족에게 가겠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계속 달렸다고 한다.
이 건물을 개발한 업체 오리진은 점검 결과 건물은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으나, 권씨와 가족들은 현재 방콕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아내 친정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이다.
바오유리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오빠는 무엇을 하든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 무너지는 다리를 건너 다른 건물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조차 잊은 것 같다”며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