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 제6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랜디 파인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간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1일 치른 미국 연방 하원과 위스콘신주 대법관 보궐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후보들이 패배하거나 가까스로 이겼다. 불법 이민자 추방과 외국과의 관세 전쟁 등을 밀어붙이는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는 진보(민주당) 성향 수전 크로포드 후보가 보수(공화당) 성향 브래드 시멀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30여 년간 재임해 오다 은퇴를 선언한 진보 성향 앤 월시 브래들리 주 대법관의 후임을 뽑는 선거다. 일개 주 대법관 선거인데 공화당과 민주당의 거물들이 총결집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트럼프와 트럼프 2기 최고 실세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테슬라 최고경영자)이 시멀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와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 민주당 거물들이 크로포드 지지에 합세하면서 ‘쩐의 전쟁’으로도 주목받았다.

머스크는 시멀의 캠프에 약 2000만달러 이상의 선거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 결집에 밀렸다. 이번 선거를 통해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4대3의 진보 성향 대법관 우위 구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위스콘신이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결정적 승리를 안겨준 대표적인 경합주였고, 대법원 보수 우위 구도를 만들려던 머스크의 계획이 틀어졌다는 점에서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에는 뼈아픈 패배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각료 차출로 공석이 생기면서 같은 날 치른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은 승리했지만 직전 선거와 비교해 부쩍 냉랭해진 표심과 마주하게 됐다. 제1선거구에서는 공화당 지미 패트로니스 후보가 민주당 게이 밸리몬트 후보를 15%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맷 게이츠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32%포인트 차이로 이겼던 곳인데 표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게이츠는 트럼프에 의해 법무장관으로 지명되며 의원직에서 물러났지만, 성추문 논란으로 장관 후보직에서 낙마했다.

제6선거구에서는 공화당 랜디 파인 후보가 민주당 조시 와일 후보를 14%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이 지역도 지난 선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차출된 마이클 왈츠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에 33%포인트 차이로 이겼던 곳인데 표차가 확 줄어든 것이다. 두 지역 모두 공화당이 수성했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득표 차가 확 줄어들며 트럼프 2기에 대한 비판적 민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플로리다는 트럼프의 자택인 마러라고가 있는 공화당의 새로운 텃밭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뼈아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의 변화된 흐름을 확인한 선거였다”고 자평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공화당은 하원 전체 435석 중 220석을 확보하며 소폭 우위를 유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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