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과 소총으로 무장한 남성들이 하마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하늘색 옷)을 끌고 가고 있다. /X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에 소속된 경찰관 1명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날 팔레스타인 소셜미디어에는 가자지구 중심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남성 여러 명이 하마스 소속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을 끌고 가 총격 살해하는 영상이 확산했다.

숨진 하마스 경찰관은 같은 날 밀가루를 배급받기 위해 줄 서 있던 일반 가자 지구 주민 아부 삼라를 총격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라의 친족들이 격노, 삼라를 죽인 하마스 경찰관을 찾아내 보복 살해한 것이라고 TOI는 보도했다. 다만 하마스 경찰관이 어떤 이유로 배급을 기다리던 삼라를 살해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 X 사용자는 하마스 경찰관 ‘처형’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아부 삼라를 죽인 살인자가 붙잡혀 처형됐다”고 썼다. 다른 사용자도 “아부 삼라가 편히 잠들길, 남자들이 당신의 복수를 했다”고 적었다.

하마스 측은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소속 경찰관 피격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측은 “데이르알발라에서 폭력 사태를 진압하던 경찰관이 피격 사망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하마스 경찰관 처형은 이스라엘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범죄 행위”라며 “우리 내부의 단합을 깨고 혼란과 부패를 퍼뜨리려는 점령군의 계획”이라고 했다.

삼라 아부 삼라 가족은 반박에 나섰다. 삼라 가족은 “이번 대응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충격적인 우리 가족 죽음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었다”며 “우리 아들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여러 명의 목격자가 이를 증명해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가자지구 지역 매체는 “이번 사건은 단순 보복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당일 쉼터에서 벌어진 무장 가문 간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복합적인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TOI는 “하마스에 대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민심 이탈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번 사건은 최근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움직임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주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를 규탄하는 시위가 잇달아 열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 협상이 파국을 맞고 전쟁이 재개되면서, 주민들이 자신들을 통치하는 하마스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위 당시 가자지구 주민 약 3000명이 모여 “우리는 하마스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하마스에 대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지지도도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팔레스타인 정책 및 조사 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의 하마스 지지율은 작년 3월까지만 해도 71%에 달했으나, 석 달 뒤에는 57%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