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금요일 플로리다 웨스트 팜 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중국이 ‘맞불 관세’를 선포하는 등 글로벌 관세 전쟁이 발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호관세가 발표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뉴욕 주식 시장에서만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 상당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으나, 트럼프는 플로리다 자택에서 태연하게 골프를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미 폴리티코 등은 트럼프가 목요일이었던 지난 3일 플로리다로 향해 이튿날 오전부터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현지 카메라에 포착된 사진에서 그는 매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의 트럼프 구호)라고 적힌 빨간 모자와 흰 폴로 셔츠 차림으로 야자수가 늘어선 골프장을 거니는 모습이었다. 인근엔 지지자들이 모여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트럼프는 취임 후 거의 모든 주말에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를 찾고 있다. CNN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의 골프 코스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AP는 “주식시장이 증발하는 상황에 부유한 자택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한 트럼프의 대담한 결정이 미국인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4일 골프장에 도착하기 직전 소셜미디어에 “미국에서 거액을 투자하는 많은 투자자에게 전한다. 내 (관세) 정책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적기”라고 적었다. 같은 날 저녁엔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대기업들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아름다운 거래들에 집중하고 있다. 매우 중요한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게시글도 썼다. 숱한 비판과 다르게 미 재계는 관세 폭탄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골프를 치느라 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훈련 중 숨진 미군 4명의 유해 인도식에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델라웨어 미 공군 기지에서 열린 인도식엔 트럼프 대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슨 크로 미 하원 의원(민주당)은 X(옛 트위터)에 “경기 침체의 우려가 확산하고 주식시장이 실제로 폭락하고 있지만 걱정할 것 없다. 트럼프는 골프 중”이라는 비꼬는 글을 올렸다.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 의원도 “주식시장을 붕괴한 그에겐 당연히 하루 쉴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미국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명에서 트럼프의 골프 일정은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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