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통해 10년간 6조달러(약 8769조원)의 세수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관세 발표 이틀 만에 뉴욕 증시에서 비슷한 액수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모든 나라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적자가 심한 국가는 더 높은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며 한국에는 25%, 중국에는 34%, 유럽연합(EU)에는 20% 등의 개별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향후 10년간 약 6조달러의 세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도 지난 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책은 매우 잘 작동할 것이다. 6조달러 또는 7조달러가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 수치가 장기적 추산임을 내비쳤다. 나아가 트럼프는 “1년 안에 6000억~1조달러가 들어올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관세 발표 직후 시장은 급격히 반응했다. 2일 오후 관세 발표 이후 3일과 4일 이틀간, 다우평균 9.3%, S&P 500 10.5%, 나스닥은 11.4% 폭락했다. 이로 인해 뉴욕 증시의 시가 총액은 약 6조 6000억달러(약 9645조원)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트럼프가 관세 수입을 예고한 금액과 유사한 규모가 단 이틀 만에 뉴욕 증시에서 증발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성 없는 관세 낙관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관세로 재정적자를 메우고, 심지어 소득세를 대체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시장이 회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보복 관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월가의 ‘협상 타결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고 보도했으며, CNBC는 “관세 인상은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4일 공개 연설에서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관세 발표 다음 날 플로리다주 개인 리조트 마러라고로 날아가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트럼프는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부자가 되기 좋은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