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추방당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조롱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려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악관의 영상이 재미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부 기관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6일 오전 소셜미디어에 “나나나나, 헤이 헤이, 굿바이”(Na na na na, hey hey, goodbye)라는 글과 함께 영상 하나를 올렸다. 이 영상에는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불법 이민자로 보이는 남성들을 인도하는 장면이 담겼다. 남성들은 뒷짐을 진 채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표시하는 팻말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추방당한 것으로 보인다.
34초짜리 이 영상에는 밴드 스팀이 1969년 발표한 곡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의 후렴 부분이 반복해 흘러나온다. 경쾌한 분위기의 이 노래는 스포츠 경기에서 관중이 퇴장당한 상대 팀 선수를 조롱할 때 주로 부른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 도중 앨 그린 민주당 의원이 소란을 피우다 쫓겨나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이 구절을 외치기도 했다.
이 게시물을 두고 댓글난에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불법 이민자를 비인간화하는 게시물을 그만 올렸으면 좋겠다. 역겹다” “백악관 공식 계정은 밈 참여를 유도하는 계정이 돼선 안 된다” “백악관 같은 정부 기관은 이민과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분열을 조장하는 게시물보단 유익한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 모든 미국인을 위한 정부가 심각한 주제를 조롱과 잔인함으로 다루고 있다” 등 백악관이 불법 이민자들을 조롱하며 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반면 “불법 체류자는 범죄자” “이건 인권 침해의 노래가 아니라 승리의 노래” “우린 이걸 위해 투표한 것” “이 노래가 어떻게 비인간적이냐” 등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옹호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 게시물은 하루 만에 조회 수 200만회, 댓글 수 4000개 이상을 기록하는 등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에도 사슬에 묶인 이민자를 추방하는 영상을 올리며 배경음으로 밴드 세미소닉의 ‘클로징 타임’(Closing Time)을 사용했다. 또 게시물에 ‘당신이 집에 갈 필요는 없지만 여기에 머물 수도 없다’(you don’t have to go home But you can’t stay here)는 가사를 인용했다. 세미소닉은 이에 대해 “백악관이 우리 노래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적 없다”며 “이 노래는 기쁨, 가능성, 희망에 대한 것이며 백악관은 요점을 완전히 놓쳤다”고 반발한 바 있다.
백악관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기 위해 수갑과 사슬을 꺼내는 영상을 올리며 ‘ASMR’(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이라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