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세계 각국을 상대로 발표한 상호 관세의 일환으로 대만산 수입품에 32%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대만이 대규모 공적자금 증시 투입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6일 대만연합보는 7일 개장하는 대만 주식시장에서 ‘블랙 먼데이(월요일의 주가 급락)’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5000억 대만달러(약 22조원)의 금융 안정 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증시는 청명절(淸明節) 연휴로 3∼4일 휴장했는데, 트럼프발 고율 관세 충격으로 재개장과 함께 주가 급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만 행정원(정부) 산하 금융감독관리위원회(FSC)가 국가금융안정기금위원회를 열고 증시 부양을 위한 공적자금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은 5일 중앙은행장과 재무부장(장관) 등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를 소집해 미국발 관세 충격 관련 조치를 보고 받고 “(대만 증시 급락 등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줘룽타이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는 “미국 상호관세로 인해 대만의 전자·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직격탄을 맞은 대만 기업들을 위해 880억 대만달러(약 3조9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좡추이윈 재정부장(장관)은 대만 수출업체들의 2000억대만달러(약 8조8200억원) 규모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 경감 계획을 내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 5일 첨단 기술 산업 대표들을 관저로 불러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아이폰 제조업체 폭스콘의 류양웨이 회장, 노트북 위탁 제조업체 컴팔의 쉬성슝 회장, 전자업체 위스트론의 린젠쉰 최고경영자(CEO), 리스친 대만전자협회 이사장, 전자업체 페가트론의 퉁쯔셴 회장, 에이서 창립자 스전룽, TSMC 부사장 허우융칭 등이 참석했다.
대만 행정원은 또 미국에 행정원·경제무역판공실 당국자를 파견해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다고 대만연합보는 전했다. 대만은 관세 인하와 대(對)미국 투자 확대, 투자 장벽 제거 등 조치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는 대만 경제의 기둥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예고하고 있어 향후 대만의 경제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다런 대만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상호관세 32% 부과로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15% 가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