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시장은 8일 또다시 하락했다. 이날 주식 시장은 관세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되며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후 백악관 관계자가 대중(對中) 관세 부과를 그대로 실행에 옮기겠다고 하는 등 강경한 발언이 잇달아 전해지며 급격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뉴욕타임스(NYT)는 “관세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의 또 다른 혼란스러운 하루가 주가 하락으로 끝났다”고 했다. 9일 한국 등 57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가 예정된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 등 시장의 불안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뉴욕 주식 시장 3대 지수는 일제히 내렸다. 다우 평균은 0.8%, S&P500 지수는 1.6%, 나스닥 지수는 2.2% 떨어졌다. 테슬라(4.9%), 아마존(2.6%), 엔비디아(1.4%), 마이크로소프트(1.0%) 등 주요 기업의 주가도 내렸다. 주식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3%씩 오르며 시작했다. 미국이 각국과 협상에 나선 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반영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오전 “백악관이 관세 인하를 놓고 무역 파트너들과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면서 “워싱턴은 일본과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고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다만 관세 발효와 관련한 백악관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대통령은 상호 관세 조치의 성격을 고려해 예외나 면제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며 “단기 면제나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우려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는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시행 여부에 대해 “9일 0시1분에 발효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보복 조치는 실수”라며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고 했다. FT는 “추가 관세는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공급망을 뒤집어엎고 세계 주요 경제국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는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새로운 공세를 의미한다”고 했다. 아이폰 등 주요 기기 생산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애플은 이날 5% 가까이 떨어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오후 57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20미만이면 안정적, 30이상이면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라고 부른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투자 자문사 브레이브 이글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로버트 루기렐로는 미 CNBC에 “관세 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고 있지만 무역 정책의 안정성이 더 높아져야 반등이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