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격’에 맞서 중국이 항전(抗戰)을 택한 가운데, 중화권 매체를 중심으로 앞으로 6개월 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연내 침공론’이 퍼지고 있다.

중국의 항공모함 산둥호

중국 공산당이 내우외환 속에 타개책 마련을 위해 대만 무력 침공을 올해 10월 이전에 감행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 등의 주장이 중국 안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 CIA(중앙정보국)가 2022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 시점을 2027년으로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급진적인 관측이다.

트럼프는 2기 시작과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에 나섰고,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을 집중 겨냥했다. 하지만 중국이 협상 대신 즉각적인 보복 관세로 맞받아치면서 양국 간 혈투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지난 4일 발표한 34%의 대중 상호 관세에 대해 중국이 바로 똑같은 비율만큼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하자 트럼프는 다시 50%의 추가 관세를 물렸다.

그래픽=백형선

이렇게 미·중의 통상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달으면서 중화권 매체들은 지난 7~8일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대만 침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보도를 연달아 내놓았다. 이 같은 보도의 진원지 중 하나가 미국의 유명 군사 전문지인 ‘19포티파이브(19FortyFive)’의 5일 기사다. 중국이 향후 6개월 내 대만 무력 침공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미 육군 중령 출신인 척 드보어는 해당 기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은 섬 봉쇄, 초고속 점거, 동시다발 공격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도 중국의 대만 조기 침공 주장이 이례적으로 당국의 검열 없이 빠른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311차례에 달했고, 지난 1일에는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이 진행됐다. 직접적인 군사적 공격은 아니지만 지난 1월부터 대만 지역 해저 케이블이 잇따라 절단되고, 지난달에는 대만 해군 상륙함과 중국 어선이 충돌하는 등 대만을 위협하기 위한 중국 측 공작으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두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통일 전쟁 예행 연습’이라고 규정했고, 대만 국방부는 대만해협의 해수면이 잔잔한 4월과 10월을 집중 경계 기간으로 삼으며 대비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미국에 거주 중인 중국 정치 논평가 웡뤼중은 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과 중국은 말싸움을 넘어 경제 열전(economic hot war)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체면을 뭉갰다고 느꼈으며, 백악관 내 강경파는 초강경 맞대응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국제 경제 전쟁에 휩쓸린 상황에서 철저한 전략적 준비와 사회적 단합으로 실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에게 미·중 관세 전쟁은 단순한 경제 분쟁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권위를 수호하는 싸움이란 점에서 ‘대만 침공’을 대미 협상 카드로 꺼내 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의 장기전을 앞두고 애국주의를 다시 고조시키고, 내수 부진·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좀처럼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는 국면에서 민심이 이반하는 것을 막으려면 무력 침공이 효과적인 정치 돌파구라는 분석이다. 시진핑은 3연임을 확정 지은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도 대만 통일을 주요 과제로 강조했다.

다만, 대만 무력 침공 시 중국의 국력이 치명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트럼프가 집권 이후 대만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중국이 득실(得失)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 억제를 위해 일본, 필리핀 등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대만해협 내 즉각 대응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미군은 최근 중거리 미사일을 대만 인근에 전진 배치했고,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으로 갈등하며 미국과 밀착해 온 필리핀도 자국 국민 보호 명분으로 중국을 겨냥한 군사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 3월 말에는 미국·일본·필리핀 해군이 공동 해상 훈련을 실시하자 “태평양판 ‘미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축이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만의 안보 전문가들도 대체로 신중한 입장이다. 반중(反中)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거나, 미국이 양안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등 현상 유지를 흔드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한 중국은 무력보다 위협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퍼지는 대만 침공론은 대(對)미국 협상 카드 확보와 대만의 취약점을 노린 중국의 선전 공작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최근의 연내 대만 침공론은 중국이 미국과 관세 문제로 마주 앉을 때 ‘협상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8일 “미국이 관세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불만을 감당할 수 없을 때를 중국이 기다리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존 중국 수입품 품목에는 원자재와 중간재뿐 아니라 의류·가정용품·장난감 등 소비재가 다수 포함돼 이번 104% 관세 부과로 향후 미국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거나 고용이 감소하는 등 미국 경제가 상호 관세의 역풍을 맞아 트럼프가 궁지에 몰리기를 기다려 그와 대화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중국 국영 CCTV 산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8일 “우리는 당연히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다”면서도 “글로벌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전기차·고속철도·로봇·조선·신에너지·바이오·항공·우주·농업기계 등 미국이 중국에 타격을 가하고자 하는 영역에서 우리는 이미 앞서 있거나 전력 돌파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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