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2일부터 모든 미국산(産) 수입품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를 84%에서 1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중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84%에서 125%로 올린 조치에 대해 이틀 만에 대등하게 맞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누적 관세율은 중국의 펜타닐 대응을 문제 삼아 2~3월에 부과한 20%포인트와 상호관세 125%포인트를 합쳐서 총 145%에 달한다.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1일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125%로 인상한다고 했다”면서 중국 관세법·대외무역법 등에 근거해 1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조치는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자 기본적인 경제 규칙과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방적인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다만 “(높은) 관세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시장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중국의 수출 상품에 대해 지속해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후속 조치를 내놓더라도 중국은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앞서 미국 여행·유학 자제령(9일), 미국 영화 수입 축소(10일) 등 비관세 조치도 쏟아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관세 전쟁이 고조된 이후 이에 대해 “두렵지 않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밝혔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나 “중국은 그 누구의 시혜에도 의존하지 않았기에 불합리한 억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초(超)고율 관세로 맞붙으면서 지난해 5850억달러(약 803조원)에 달하던 미·중 교역 규모는 급감할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에리카 요크 이코노미스트는 10일 “대체재가 없어 일부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부담하며 거래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미국과 중국은 대부분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향후 몇 년 동안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이 미국에 굽히지 않는 이유는 중국의 미국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고, 미·중 관세 전쟁에서 시진핑이 국내 여론을 의식해 강대강 대응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의 비율은 지난해 33%로 2005년(65%)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의 20%에서 15%로 낮아졌다.
중국이 미국을 압박할 카드도 적지 않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장악한 중국은 2023년 이후 최근까지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다섯 차례의 광물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2~3월 대중국 관세 공격에 대해서는 미국산 농축산물 등에 대해 10~15%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콕 집어서 반격했다. 중국의 외교 라인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틈을 노려 오랫동안 미국의 핵심 동맹이었던 유럽연합(EU)과 밀착하고 있고, 기존 권위주의 진영의 맹방인 러시아·북한 관계에서도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