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최근 BBC에 출연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모든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되지 않고 지지층만 바라봤던 것이 그의 결점”이라며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그것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잘못된 리더십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헌재 선고에 대해 “지난 4개월 동안 좌절과 분노, 심지어는 헌재가 국회의 탄핵 결정을 기각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던 대부분 국민과 마찬가지로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계엄·탄핵 정국 동안 CNN 등에 출연해 전 정부에 쓴소리를 해왔다.
강 전 장관은 지난 4일 헌재 선고 직후 BBC에 출연해 “우리는 민주주의 제도의 회복력에 관한 큰 시험을 치렀다”며 이같이 밝혔다. 6월 초 국내에서 대선이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강 전 장관은 “그들(윤 전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는 헌재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60일 후 대선을 향한 정치 캠페인이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다. 후보자들은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 임기 때는 위기를 막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민주적 제도를 공고히 하며 어쩌면 개헌까지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관세 전쟁’에 대해 “비상 계엄을 선포하기 전부터 한국 경제가 이미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중소 자영업자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사라진 것 같다. 외국인에 의한 직접 투자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정치 상황이 안정화될지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 들어설 리더십이 제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큰 영역”이라고 했다.
강 전 장관은 퇴임 후인 2022년 3월 여성·아시아계로는 최초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직에 도전했지만 56표 중 2표를 얻어 낙선했다. 이후 연세대 특임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3월 글로벌 비영리단체(NGO)인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에 취임했다. 전직 회장은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로 2023년 기준 연봉이 약 98만 달러(약 14억2300만원) 수준이었다. 강 전 장관 취임 직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요 후원자 역할을 해온 한국 지부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가 해산됐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한국 지부를 재개설하기 위한 뉴욕 본부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