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관세 전쟁이 고조된 이후 처음으로 “두렵지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이 대(對)중국 관세를 145%까지 올린 상황에서 중국이 ‘결사 항전’의 메시지를 전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나 “관세 전쟁은 승자가 없고, 전 세계와 맞서 싸우면 고립되는 것은 자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70여 년 동안 중국의 발전은 늘 자력갱생과 고된 투쟁을 통해 이뤄졌고, 그 누구의 시혜에도 의존하지 않았기에 불합리한 억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중국과 EU는 모두 세계 주요 경제체”라며 미국을 겨냥해 “양측이 일방적인 괴롭힘을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우군 확보를 위해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은 14~18일 동남아 3국 순방에 나서며 우방국과의 결집을 노린다. 11일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시진핑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하고, 15∼18일은 올해 아세안(ASEAN) 순회 회장국인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머물며 각각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만난다.
이들 3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이후 중국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따라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급증한 국가들이다. 지난 8일 시진핑은 12년 만에 열린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회의인 ‘중앙주변공작회의’에서도 인도차이나 반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을 ‘운명공동체’의 두 축이라고 규정했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상무장관, 20국(G20)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무역산업부 장관과 잇따라 화상 통화를 했다. 왕원타오는 전날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도 대화하고,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고율 관세 폐기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리창 총리도 지난 8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전화통화에서 중국과 유럽이 협력해 자유 무역 체제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보내며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