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등장하자 일단 손 잡는 앙숙들

완연한 봄기운이 깃들면서 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엔 따뜻한 봄을 시샘하듯 강한 바람과 강한 비를 동반한 꽃샘 추위가 예고됐습니다. 큰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이번 주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여파가 이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공공의 적‘에 맞서 앙숙끼리 손을 잡는 생경한 모습도 연출됐는데요. 사안마다 번번이 충돌했던 중국과 유럽연합은 ‘협력‘에 입을 모았고, 여당 정치 스캔들이 한창인 일본에서도 여야가 정쟁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한 주간 뜨거웠던 국제 소식, 조선일보 국제부가 선정한 일곱 가지 뉴스로 정리해 드립니다.

◇어차피 타깃은 중국? 한숨 돌렸지만 美·中 관계는 악화일로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격적인 상호 관세 지침을 밝힌 뒤 전 세계를 진동하던 관세 전쟁 포성이 일단 멎었습니다. 트럼프가 한국 등 70여 국가에 대해 매긴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국가만은 예외였습니다. 바로 트럼프에게 반발해 보복 관세로 맞섰던 중국입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두 번, 세 번의 보복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를 두고 애초부터 트럼프의 타깃은 중국에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11일 중국 시진핑 주석은 “70여 년 동안 중국의 발전은 늘 자력갱생과 고된 투쟁을 통해 이뤄졌다. 두렵지 않다. 관세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폭탄에도 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강대강 대치,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요. 아니면 시 주석 말대로 관세 전쟁에 승자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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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중국과 손잡는 EU, 美엔 “선 넘었다”… 日 여야도 일단 휴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폭탄 앞에서 그간 경제와 안보, 인권 등을 두고 충돌해 온 유럽과 중국의 갈등 관계가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세기 이상 자유주의적 세계 무역 질서를 이끌어온 미국의 ‘배신‘에 경제 규모 2위 중국과 3위 유럽연합(EU)이 손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EU가 일방적 괴롭힘을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과 중국은 미국 관세로 인한 세계적 혼란에 대응할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오는 7월 예정된 정상회담을 두고 양측은 올해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집안싸움이 한창이던 일본에서도 “관세 전쟁은 국난”이라며 손을 잡기로 했습니다. 일본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선 “우선순위는 스캔들이 아닌 관세 문제” “관세 문제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으며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오는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입헌민주당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단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국익을 위해 앙숙과도 손을 잡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모습, 이렇듯 허황되기만 한 기대가 아닐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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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말차, 없어서 못 먹는다

머리가 지끈해지는 소식을 뒤로하고, 가벼운 소식으로 쉬어가겠습니다. 앞으로는 일본산 ‘말차‘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말차는 녹차 잎을 갈아 만든 ‘가루형 녹차‘를 말하는데요. 엔저(円低)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빛나는 녹색 가루‘에 흠뻑 빠지면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3687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일본 내 일부 상점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1인당 구매량 제한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말차가 일본에서만 생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기후와 지형, 장인 정신으로 재배된 일본산 말차를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없어서 못 먹는 일본산 말차

◇십일조 부담돼서… 교회 떠나는 독일 사람들

독일의 기독교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무종교인 인구에 추월당했습니다. ‘독일 세계관 연구 그룹‘이 발표한 종교 인구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체 독일 인구 약 8300만 명 중 가톨릭·개신교 인구는 약 3800만명(46%)이었고, 무종교인은 3900만 명(47%)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영국 더타임스는 “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종교 개혁의 중심 인물인 마르틴 루터의 고향에서 상징적 전환이 발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중세부터 이어져 온 ‘교회세‘가 있습니다. 중세 교회는 십일조를 걷어 로마 교황청으로 보냈는데요. 16세기 독일에서 마르틴 루터가 이를 개혁하려고 했지만, 이를 로마 교황청으로 보내지만 않았을 뿐, 여전히 십일조를 징수해 국가 세금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전통이 이어져 현재도 독일 교회에 등록된 신도는 일반 소득세의 8~9%에 해당하는 세금을 더 납부해야 했고, 이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점차 교회를 떠나는 것입니다.

☞교회 떠나는 독일인 “십일조 부담돼서요”

◇2025 오사카 엑스포, 삐걱대며 일단 출발… 흥행할 수 있을까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13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인공섬 유메시마(夢洲)에서 개막합니다. 일본에선 1970년(오사카)과 2005년(아이치)에 이은 세 번째 개최되는 엑스포입니다. 하지만 개막 전부터 3850엔(약 3만9000원)짜리 라멘을 비롯한 바가지요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베산 소고기 100g이 토핑으로 올라간 이 라멘을 두곤 “서민 가족이 라멘 한 끼 먹으면 1만엔(약 10만원)”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아사히신문은 “오사카 엑스포,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라고 보도했을 정도입니다.

예상보다 저조한 관심에 티켓 판매도 부진합니다. 일본은 예상 총 관람객 2820만명을 예상했지만, 이달 2일 기준 엑스포 예약 인원은 870만명에 그쳤습니다. 엑스포는 매립지 위에 만든 인공섬에서 개최되는데, 지하에 매립된 메탄가스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6일 전시장에서 폭발 가능한 수준의 메탄가스가 측정돼 소방관이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삐걱대며 일단 출발한 엑스포, “정말 이대로 괜찮은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입장권 안 팔리고 바가지 논란까지… 日 오사카 엑스포, 불안한 출발

☞입장권 절반밖에 못 판 오사카 엑스포… 믿는 구석은 ‘트럼프 방문’

◇끝날 것 같았는데… 우크라와 가자지구에 다시 포성 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때 많은 희생을 내고 있는 두 전쟁을 조속히 끝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취임을 계기로 일시적·부분적 휴전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후 트럼프가 관세 전쟁에 집중하면서 두 전쟁은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사우디 중재로 미국과 러시아가 부분 휴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러시아는 “우리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세부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휴전 협정의 이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도 휴전이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교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취임을 앞둔 트럼프 측의 중재로 양측 휴전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2단계로의 이행을 두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전장을 더욱 넓히고 군사 위협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렸습니다. 두 전쟁에 관세 전쟁만 하나 더 얹은 것 같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신만만했던 트럼프… 휴전은커녕 다시 울리는 포성

☞이스라엘 군장병 집단 항명 “전투보다 협상으로 인질 구해야”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때리기… 법원은 곳곳에서 제동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때리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트럼프가 취임 당일 기존 멕시코만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꾼 이후에도 기존 명칭을 고수했다가 취재를 거부당한 AP의 사례 전해드렸었는데요. 최근 이러한 취재 거부 조치는 헌법 위반이라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변경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의견 차이일 뿐이고, 이를 이유로 취재에서 다른 언론과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한편 백악관은 돌연 “이메일에 ‘대명사‘를 기재하는 기자에게는 응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대명사는 메일 수신자가 기자 자신에게 불러주길 바라는 성별 대명사 ‘그(He)’ ‘그녀(She)’ 등을 의미합니다. 생물학적 성별보다 자신이 규정하는 것이 곧 성별이라는 의미입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생물학적 사실을 외면하는 기자는 진실된 기사를 쓸 것이라 믿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의 ‘언론 때리기‘, 독자 여러분은 어느 정도 공감하시나요.

☞AP 기자, 백악관 취재 제한 풀리나

☞“굳이 성별 밝히는 기자, 질문해도 응답 안 할 것”

이번 주 원샷 국제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소식들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