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러시아 탄도미사일 두 발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시를 강타해 도심 중심부가 피해를 입었다./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13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시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펼쳐 최소 34명이 사망했다고 우크라 관리들이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두 발의 탄도미사일이 도시 중심부를 강타했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 2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 어린이 15명을 포함해 117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종려주일이라 거리에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장 사진에는 도로변에 시신 운반용 검은색 비닐봉지가 줄지어 놓여 있는 모습과 담요 등에 싸인 시신들이 목격됐다. 또 화재로 파손된 건물 잔해 속에서 불에 탄 차량을 진화하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분투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러시아가 탄도미사일로 도심을 공격했다. 길거리에 많은 사람이 있을 때, 휴일에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했다”며 “사람들은 길 한복판, 자동차, 대중교통, 집안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 성명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짓은 비열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공격은 시립대학교 건물을 강타했고, 두 번째 공격은 지상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는 탄도미사일과 폭탄을 멈추지 못했다. 침략자에 대한 압박 없이 평화는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테러리스트에 맞게 상대해야 한다”며 전 세계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미국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담당 특사의 러시아 방문 직후인 점을 강조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시간 30분가량 회담했다.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휴전 협상에 대한 러시아 측의 입장이 획기적으로 변하진 않았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13일 러시아 탄도미사일 두 발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시를 강타해 도심 중심부가 피해를 입었다./AFP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고위대표는 X에 “우크라이나가 무조건적 휴전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러시아가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끔찍하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전쟁은 러시아가 단독으로 시작했고 오늘 러시아 혼자 이 전쟁을 계속하기로 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러시아는 인간의 생명과 국제법,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 공격을 “끔찍한 사건”이라고 칭하며 “미국 정부가 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하는지를 상기시켜준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미국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도 “오늘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며 “전직 군 지도자로서 이 표적 공격이 잘못됐음을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러시아가 자행한 끔찍한 공격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조건 없고 완전한 즉각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