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임윤찬 아부다비/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ADMAF)

지난 11일 저녁, 아랍에미리트(UAE) 뉴욕대 아부다비 캠퍼스의 레드시어터홀 무대에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오르자 객석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임윤찬은 한국인 작곡가 이하느리(19)의 ‘…라운드 앤드 벨버티-스무드 블렌드…(…Round and velvety-smooth blend…)’로 연주를 시작했다. 작은 유리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도입부에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이 공연은 임윤찬의 첫 중동 공연이다.

이어 메인 곡으로는 30개의 변주를 이어 붙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크게 4개 파트로 나누는 대담한 해석을 선보였다. 연주 시간만 70여 분가량의 대작(大作). 휴식 시간도 없이 임윤찬은 총 80분 동안 격정적인 연주를 펼쳤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 창립자이자 UAE 예술계의 ‘큰손’인 후다 알카미스 카누 이사장은 “내가 임윤찬의 가장 큰 팬”이라며 “그의 음악은 아부다비와 한국을 잇는 ‘은밀한 외교관’”이라고 했다.

그간 클래식 불모지로 여겨진 중동. 임윤찬이 중동 무대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흘 전 영국 런던에서 리사이틀을 마친 임윤찬은 올해 22년째를 맞는 아랍권 대표 예술 축제인 ‘아부다비 페스티벌’ 초청으로 무대에 올랐다.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연주자·연주팀 수십 명이 참가했지만 가장 주목받은 연주자는 임윤찬이었다. 공연 두 달 전 690여 전석이 매진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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