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에서 17일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 공격으로 15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이 거리에 널린 피해자들의 시신을 조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가능한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기 위해 집속탄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수미(Sumy) 시내 한복판에 지난 13일 낮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두 발이 떨어져 34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했다. 일요일인 이날은 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종려주일’로, 많은 시민이 정교회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나오다 피해를 봤다. 어린이·청소년 사상자도 17명에 달했다. 중태인 환자가 많아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날 탄두로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을 넣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에서 작은 자탄(子彈) 수십~수백 개를 흩뿌려 축구장 여러 개 넓이 지역을 순식간에 초토화하는 무기다. 국제법상 민간 지역 사용이 금지돼 있다.

미사일 단 두 발로 일대의 대학, 법원, 아파트, 상점과 카페 등 20여 채가 파괴됐다. 수미시 당국은 “러시아가 (피해를 극대화하려) 미사일을 시내 중심가 상공에서 폭발시켰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길 위, 자동차, 대중교통, 집과 상점 안에서 150여 명의 무고한 이가 변을 당했다”며 “거리에 사람이 많은 공휴일을 노린, 의도적인 민간인 공격”이라고 했다.

희생자 수습하는 우크라軍 - 우크라이나 도시 수미에 러시아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3일, 군인들이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이런 짓을 하는 자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대화는 미사일을 멈추지 못했다”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또 13일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곳에 와서 상황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11일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담당 특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4시간 30분간 우크라이나 휴전 문제를 논의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이번 공격이 트럼프를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은 미국의 대러 압박을 촉구하고 나섰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우크라이나가 무조건적 휴전을 받아들였지만 러시아는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끔찍하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 전쟁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 분명해졌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했다.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오늘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도를 넘은 행태”라며 “전직 군인으로서 이런 식의 표적 공격이 잘못됐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는 “끔찍한 일”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실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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