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열린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해외 참가자들이 공개한 영상에서 북한 관광 가이드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23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인 유튜버 해리 재거드(Harry Jaggard)는 지난 14일 평양 단체 관광을 하면서 수시로 북한 가이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재거드는 평양국가도서관에 방문했다. 도서관에는 낡았지만 ‘해리포터’ 원서 등 영문 서적도 있었다. 이곳에서 한복을 입은 한 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과거 발행된 책의 전자판이나 전자책으로 제작된 책을 볼 수 있다”라고 안내했다. 재거드는 이 가이드에게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가이드는 “당연히 우리나라 책을 좋아한다”며 곧바로 영어로 답했다.
재거드는 “카메라 밖에서는 그들이 좋아하고 실제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만 카메라를 보여주는 즉시 ‘NPC’(게임에서 특성이 없는 집단화된 캐릭터를 가리킴) 모드로 돌아가 ‘우리는 노동당의 음악, 책을 사랑한다’라고 말해서 마치 대본과 같아진다”라며 북한 가이드들과 나눈 대화 소감을 밝혔다.
이후 재거드는 평양에서 1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강동온실농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도 양복을 입은 한 가이드가 영어로 ‘인공광합성’ 기술이 적용된 작물 재배 방법을 설명했다. 재거드는 설명을 듣고 “전에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매우 현대적이다”라고 감탄했다.
이외에도 최근 북한을 다녀온 관광객들의 영상에서는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가이드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평양을 여행하고 온 한 영국 러시아 국제 커플 유튜브에서는 두 명의 여자 가이드가 관광지를 영어로 소개했다. 이 중 한 가이드는 유창하게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러시아 출신의 유튜버와 길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을 기념해 국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 4월 대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무산되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인 2020년부터 5년 연속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서방 단체 관광객의 방북을 돌연 중단한 북한이 외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 상품을 다시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외화벌이에 나설지 주목된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해 5년간 중단했던 외국인 관광을 올해 2월 재개했다가 3주 만에 중단했다. 북한의 낙후된 모습과 체제상 민감한 정보가 당국의 통제 없이 여행객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