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우드로윌슨센터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 외교 정책을 이끈 리처드 아미티지(79) 전 국무부 부장관이 13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병원에서 폐색전증으로 별세했다.

1945년 태어나 1967년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베트남전 참전으로 군 경력을 시작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로 활동하며 미 보수 진영 내 안보 정책통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2001년 부시 취임과 함께 국무부 부장관으로 발탁, 고(故)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부시 1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이끌었다. 파월 전 장관과 함께 ‘온건파’로 분류됐다. 이라크 전쟁 당시, 전쟁보다는 국제 공조와 전후 질서 수립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고인은 동아시아 외교 전문가로 지한파(知韓派), 지일파(知日派)이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 정책’에 우려를 표시하며 대북 문제 등에 깊이 관여했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강경 일변도로 나갈 때 미국 내 온건파 입장을 대변하며 균형추 역할을 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미선이·효순이 사건’으로 반미(反美) 감정이 거세지자 부시의 사과와 유감의 뜻을 한국에 전달하는 메신저도 맡았다.

공화당 내 안보 정책 중진인 그는 일본도 자주 방문하며 미·일 동맹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지프 나이 전 국방부 차관보와 6차례 발표한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필요성 등을 제안해 일본 안보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동아시아 외교·안보 분야 활동에 집중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여덟 자녀, 12명의 손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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