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프랑스 국민의 절반은 생활비 부족을 우려해 샴푸, 치약, 세탁 세제 등 생필품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 꾸미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세제 구입을 줄이기 위해 빨래를 덜 하거나 물로만 세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IFOP)은 14일 프랑스인의 49%는 “한 달 생활비가 바닥날까 걱정한다”고 응답했으며 41%는 “빈곤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식량 구입을 위해 자선단체에 의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답한 이들도 21%에 달했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활비에 대한 걱정은 위생용품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47%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위생용품 소비를 제한하거나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답했고, 17%는 “식료품과 위생용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 있다”고 했다.
허리띠를 졸라 매며 가장 많이 포기한 건 외모를 꾸미는 데 필요한 화장품이었다. 여성의 33%는 메이크업 제품을, 27%는 염색약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여성의 36%는 “화장이나 염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생용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잦았다. 9%는 “샴푸를 안 산다”고 답했고, 8%는 “치약이나 샤워젤을 사지 않는다”고 했다. 10명 중 1명꼴로 기본적인 위생용품 구매를 중단한 셈이다.
생활 습관도 바뀌고 있다. 응답자의 24%는 “칫솔을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고 했고, 22%는 “화장실 휴지를 아껴 쓴다”고 답했다. 15%는 “원하는 만큼 자주 머리를 감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청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32%는 “세탁 횟수를 줄이기 위해 옷을 더 오래 입는다”고 답했고, “세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세제량을 줄인다”는 이들도 21%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14~20일 프랑스 성인 400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경제는 인플레이션 위기에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며 정체 국면에 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은 작년 4분기 프랑스 경제활동이 정체(0%)를 기록했다고 밝혔고, 올해 6개월 GDP 성장률 역시 0.2%로 예상했다.
프랑스 국회는 2024년 7월 진행된 조기 총선 결과로 과반 확보 정당 없이 분열됐다. 정부와 거대 야당이 공공지출 감축, 증세 조항 등 정책마다 갈등을 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프랑스 주요 산업인 전기차, 명품 소비재, 와인 수출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IFOP는 “경제적 취약성과 위생 빈곤 지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위생 빈곤은 취약 계층의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청년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위기가 구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수 제품에 대한 접근을 사회적 포용 수단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