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아예 손을 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 고위 관계자들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출국에 앞서 기자들에게 “향후 며칠간 의미 있는 중재의 진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고위 각료들이 나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진전이 없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여기서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루비오와 트럼프의 최측근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이 포진한 미국 대표단은 이날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프랑스·독일·영국·우크라이나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그 뒤 미국 외교 사령탑 입에서 협상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한편 루비오의 발언 몇 시간 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성급한 판단은 피하겠지만 이 잔혹한 전쟁을 끝낼 수 있으리란 점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발언으로 종전 협상이 중대 교착 국면에 빠져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들이 전쟁과 관련해 상반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종전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조함을 말해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부터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의도대로 협상에 나서도록 강력하게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젤렌스키는 17일 “중국이 러시아의 탄약과 포병 무기 제조를 돕고 있다”며 “중국 측 인사들이 러시아 영토 내에서 일부 무기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