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의 한 모자 공장./AFP 연합뉴스

미·중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수출업체 직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 등 중국의 주요 수출 지역에서는 미국발 주문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상당수 공장이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

특히 노동절 연휴가 다가오면서 중국 수출업체 공장들 사이에서 ‘집단 휴가 붐’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저장성에 있는 수출 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이 조업을 중단하고 장기 휴가에 들어갔다.

장쑤성의 한 의류업체도 이미 이달 중순부터 6월 말까지 가동을 중단했고 광둥성 둥관의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주문이 끊기면서 한 달간 운영을 멈춘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저장성 자싱시에 있는 2만㎡ 규모의 한 화물 창고에 수출되지 못한 상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촬영해 올리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영상에서 “여기 있는 옷은 미국에서는 개당 100위안(한화 약 1만9000원)에 팔 수 있는 상품인데, 지금은 톤 단위로 팔리고 있고 한 벌 평균 가격은 몇 센트로 떨어졌다. 그래도 찾는 사람이 없다. 이래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 등의 무역업체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관리자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제 상황은 수십 년간 없었다”고 말했다.

담요 등을 생산하는 쑤저우의 한 방직 공장은 직원들에게 미국 수출이 막혀 기본 임금만 지급하고 작업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유출된 영상에서 공장 관리자는 여성 직원들에게 “지금 우리는 무역전쟁을 겪게 돼 주문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곳 외에 더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언제든 가도 좋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직접 재고 처리에도 나서고 있다. 이 공장 직원에 따르면 일부 관리자는 최근 며칠간 지인들에게 담요 60장을 팔았는데 그중 일부는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넘겨야 했다.

다른 수출업체 직원들도 재고 처리 압박에 소셜미디어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요가바지, 전자제품, 핸드백 등 상품을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Canton Fair)에서도 ‘관세 폭탄’ 충격이 나타났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광저우에서 열리는 캔톤 페어는 중국을 대표하는 무역박람회다.

저장성에 있는 직원 400명 규모의 모기 퇴치기 제조업체는 생산량의 절반을 미국에 납품해 왔고 상당수 제품은 월마트에서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창고에 재고로 쌓여 있다.

BBC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 회사 사장 라이오넬 쉬는 “트럼프는 미친 사람이다. 이건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제조기 업체 관계자도 월마트 등 주요 고객들이 미국에 있다며 “우리는 이미 생산을 중단했다. 모든 제품이 창고에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장 인근의 의류·신발 공장 밀집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쉬인이나 테무 등에서 팔리는 제품을 주로 만들어온 공장 노동자들은 이전에는 하루 14시간씩 일했으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류업체 노동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전에는 하루에 300∼400위안(약 5만8000원∼7만8000원)은 벌었는데 이제는 운이 좋아야 100위안(약 1만9500원)을 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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