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89) 교황이 부활절을 사흘 앞둔 17일 로마 시내의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를 방문해 교도관과 재소자들을 만났다. 지난 13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미사 중 등장해 순례자들을 만난 지 나흘 만의 외부 일정이다. 최근 폐렴으로 38일간 입원하며 생사의 고비를 맞았던 교황이 건강 회복 후 외부 행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부활절 미사를 직접 집전하리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교황은 이날 교도소 내 중앙 원형 홀에서 30여 분간 머물며 재소자 70여 명을 만나 격려하고, 묵주와 작은 성경을 선물했다.
교황이 교도소에 도착하자 재소자들이 환호로 응답했다. 일부 중동계 수감자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외쳤다. 교황을 직접 만난 이들은 축복을 청하거나, 쪽지를 건네기도 했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교황은 교도소를 떠나면서 재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이날은 부활절 사흘 전인 ‘성목요일’이었다. 예수가 제자들을 모아 ‘최후의 만찬’을 하고,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겨준 일을 기념한다. 교황은 매년 성목요일마다 예수의 행적을 기리며 교도소와 난민 수용소, 노인 요양원 등을 찾아 세족식을 해왔다. 교황은 이날 “올해는 (건강 문제로) 세족식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전날에는 자신이 38일간 입원했던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과 이 병원을 운영하는 성심(聖心) 의대의 의료 관계자 70여 명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만났다. 12일에는 로마 내 4대 성당 중 하나인 ‘성모 마리아 대성전’을 찾아 기도하고, 10일에는 성베드로 대성전을 방문해 비오 10세 교황의 무덤 앞에서 기도했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교황의 건강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교황은 지난달 23일 퇴원한 이후 계속 코에 산소 공급 호스를 끼우고 생활해 왔으나, 최근 며칠 새 산소 공급 장치를 떼고 스스로 호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휠체어를 탄 채지만, 목소리에도 힘이 돌아오고 있다고 현지 TV 매체들은 전했다. 교황은 이날 자신의 피아트 차량에 탄 채 TV 리포터의 질문에 직접 답하기도 했다. 여전히 쉰 목소리지만 “부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 중이다)”라고 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교황이 부활절 미사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