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 정오에 성베드로 대성당의 로지아(loggia·발코니)에서 열린 부활절 축복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 발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메시지의 첫 문장을 직접 읽기도 했다. 앞서 이탈리아 매체들은 교황의 건강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부활절 행사에 직접 나설 것으로 예측해왔다. 교황은 이날 미사 등 행사를 직접 집전하지는 못했다.
교황은 이날 직접 육성으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절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메시지는 교황청 소속 디에고 라벨리 신부가 대독했다. 교황은 이날 메시지에서 “하느님의 눈에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이, 노인이나 병든 사람처럼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버려져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는 생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에서 우리는 매일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고 있는가. 가족 내에서도 여성이나 어린이에 대한 폭력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주민에 대한 경멸이 때때로 너무나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다. 우리와 가깝지 않거나 관습이나 삶의 방식, 사상이 다른 이에게도 신뢰와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걱정스럽다”며 “동시에 끔찍한 분쟁으로 인해 죽음과 파괴가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의 기독교 공동체와 주민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이어서 “교전 당사자들이 즉시 전쟁을 중단하고 인질들을 석방하기를, 굶주리고 평화로운 미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오전 10시 30분 열린 부활절 미사는 교황을 대신해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집전했다. 교황은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부활절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는 부활하셨고, (지금 우리 사이에) 살아계신다. 우리가 삶의 여정 속에서 만나는 형제자매들 안에서, 가장 평범하고 예기치 못한 삶의 순간들 속에서 숨겨져 계시다 드러나신다. 고통받는 이의 눈물을 함께 흘리시고, 우리 각자의 작고 사랑 가득한 행동 안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