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재택근무 시간이 일주일 0.5일로 전 세계 40국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2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40국 대학 졸업자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현황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응답자들의 재택근무 시간 평균은 일주일에 1.3일인 반면, 한국인은 0.5일에 그쳤다.
재택근무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캐나다로 주당 1.9일을 기록했다. 영국이 1.8일로 2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이 1.6일로 그 뒤를 이었다. 독일, 인도, 나이지리아가 각각 1.5일 안팎이었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일본이 0.7일, 중국이 0.6일로 한국보다 높은 재택근무 비율을 보였다.
연구진은 각국의 재택근무 비율 차이가 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회일수록 재택근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네덜란드 심리학자 헤르트 호프스테데가 개발한 지수를 활용해 각국의 문화적 성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개인주의적 사회일수록 경영진이 직원들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재택근무를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일수록 재택근무 비율이 낮았다.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 가장 강한 집단주의 성향을 보이면서 동시에 재택근무 비율도 가장 낮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연구진은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젊은 세대의 경력 개발 기회 감소를 지적했다. 특히 신입 직원들이 숙련된 동료를 관찰하고 배울 기회가 줄어드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주택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부담이 줄어들면서 직장과 먼 거리에 있는 주택 수요가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019년 이후 대도시 중심부의 주택 가격은 13% 상승한 반면, 교외 지역은 30~50% 급등했다.
연구진은 재택근무가 일과 삶의 균형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 근로자들의 경우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매체는 “육아와 직장 생활의 양립이 용이해지면서 장기적으로 출산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안타깝게도 출산율이 가장 급격히 감소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재택근무에 대해 가장 회의적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