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텍사스 엘패소의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크루시어스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9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월마트 매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2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패트릭 크루시어스(26)가 연방 법원에 이어 텍사스주(州) 법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지방법원 판사 샘 메드라노는 이날 크루시어스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크루시어스는 2019년 8월 3일 멕시코계 이민자들의 ‘침공’을 막겠다며 텍사스주 남부 국경 도시 앨패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AK47 소총으로 무차별 난사를 해 23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크루시어스는 앨런에 있는 집에서 차를 몰고 11시간이나 운전해 범행 현장에 도착했으며, 총격으로 숨진 이들 대다수는 히스패닉계 주민이었다.

크루시어스는 사형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검찰과 합의,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크루시어스는 증오 범죄 등 90개의 연방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된 뒤 2023년 7월 엘패소 연방법원에서 90회 연속 종신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재판에서 샘 메드라노 판사는 검찰 구형에 따라 종신형을 선고하면서도 “당신은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들을 살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감옥에서 남은 삶을 시작하며 이 말을 기억하라. 당신의 ‘임무’는 실패했다”고 했다.

텍사스주 지방검사장 제임스 몬토야는 성명에서 “나는 사람들이 이 총격범에 대해 사형 구형을 원했던 것을 안다”며 “하지만 거의 6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많은 (피해자) 가족들이 그저 재판이 끝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이날 크루시어스는 줄무늬 죄수복, 수갑, 방탄조끼를 입은 채 등장해 재판 내내 감정 기복 없는 모습을 보였다. “감옥에서 반성하길 바란다” 등 유족들의 울분에도 무표정으로 이들을 응시했다. 크루시어스 변호사 조 스펜서는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사과했지만, 정작 가해 당사자인 크루시어스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스펜서는 “의뢰인은 관 속에 실려서야 감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