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이스라엘주의 등 좌파 색채를 대학에서 지우라며 3조원대 연방 보조금 지급을 동결하자 하버드 대학교가 법원에 소송을 냈다. 정부 방침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학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부당한 조치로 반헌법적이라는 이유다.
하버드대는 21일 연방 법원에 제출한 51페이지짜리 소장에서 “하버드대가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나서자 백악관이 자의적으로 위헌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서 “연방 보조금 동결 조치가 위법임을 선언하고 이를 중단시켜 달라”고 했다. 하버드대 측 변호인단은 “하버드대와 다른 대학에 정부가 제시한 거래를 명확하다”며 “정부가 대학을 세세하게 관리하도록 허용하든지 의학·과학·혁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잃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앨런 가버 총장은 이날 오후 하버드대 구성원들에게 보낸 발표문에서 “우리는 미국 전역의 대학들이 법적 의무를 존중하고 사회에서 핵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도 정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진실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교육부, 법무부, 국방부 등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8개 연방 부처를 피고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전면전은 트럼프 정부가 하버드대에 개혁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정부는 이달 3일과 11일 두 차례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에서 ‘입학·채용 시 다양성 우대 조치를 중단하고, 반이스라엘 성향 학생의 입학을 막기 위해 유학생 제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이에 하버드대는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맞섰고 싸움이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가 개혁하지 않으면 대학의 면세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압박했고, 20일엔 “정부가 추가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더 동결하려고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정부는 반이스라엘주의와 전쟁으로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대학의 다양성과 이데올로기를 표적으로 삼았다”면서 “고등 교육 기관과 대통령 사이의 갈등이 크게 격화되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