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 주장 김유진이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AFC 홈페이지

북한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4강에서 대회를 마감한 가운데, 주장 김유진이 유럽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AFC는 이번 대회 기간 공식 홈페이지에 김유진과의 인터뷰를 두 차례나 실었다. 북한 선수의 단독 인터뷰는 이례적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경기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공동 취재 구역에서 한국 취재진은 물론, 외신의 인터뷰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재일교포 3세이자 스포츠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김명욱씨는 21일 야후 재팬에 “초희귀 인터뷰”라며 “북한 대표 선수의 생생한 인터뷰가 AFC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보고 놀랐다. 국제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은 말을 걸어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김유진의 재능에 주목한 AFC가 대회 기간 중 취재를 시도했다”며 “북한 선수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김유진은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고 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김유진은 여덟 살 때 축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 축구 코치에게 발탁되었다고 한다. 그는 “저는 달리기가 꽤 빠른 선수이고, 이것이 스트라이커 역할에 잘 맞는 이유”라며 “속도와 체력이 제 강점”이라고 했다.

김유진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는 “우리 팀은 준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6대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달성했다”며 “우리 팀은 마지막까지 최대한 힘을 내어 무조건 우승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우리 여자 축구 선수들이 훌륭한 경기 성과로 축구 신화를 창조한 것은 우리를 크게 고무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작년 북한은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 이어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까지 제패했다.

김유진은 다만, 스트라이커로서 자신의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예선전에서는 5골을 넣었는데, 욕망이 앞서서인지 지금까지 두 개의 득점밖에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경기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북한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 주장 김유진. /AFC 홈페이지

그는 장기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 했다. 김유진은 “더 열심히 훈련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국가대표팀은 물론, 유럽 축구 강국의 프로리그에서도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마감한 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훌륭한 축구 선수를 키우는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들과 인민들을 위해서 무조건 우승하겠다”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와 관련해 김명욱 기자는 “북한 선수들도 유럽 챔피언스리그나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며 유럽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며 “과거 한광선도 세리에A 칼리아리와 유벤투스에서 뛰었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U-17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김 기자는 “국제 정세에 좌우되기 쉬운 북한 선수들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능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클럽도 분명 나올 것”이라며 “오는 11월 U-17 카타르 월드컵에서 해외 스카우터들이 영입하고 싶어할 만큼 김유진이 좋은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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