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당시 촬영된 사진과 러시아 유명 화가 니카스 사프로노프가 그렸다는 초상화. /AP 연합뉴스·CN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대선 유세 중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을 당시 장면을 그린 초상화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미 CNN 방송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 초상화 실물을 처음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위트코프 특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화가에게 의뢰해 그린 트럼프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로 받았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하지만 어떤 그림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CNN을 통해 초상화 실물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초상화를 선물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 감동했다”고 말한 바 있다.

초상화는 러시아의 유명 화가 니카스 사프로노프가 그린 것으로,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선거 유세 도중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뒤, 얼굴에 피가 묻은 와중에도 결연한 표정으로 오른손 주먹을 치켜든 모습이 담겼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에반 부치 AP 기자가 포착했던 이 장면은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강인함의 상징으로 활용됐으며, 시사주간지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화제성이 컸다.

CNN이 공개한 초상화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주먹을 치켜든 트럼프 대통령 모습은 물론 배경 속 펄럭이는 성조기까지 그대로 묘사됐다. 실제 사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뉴욕의 스카이라인과 자유의 여신상 등 미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도 초상화에 함께 담겼다.

사프로노프는 이 장면을 초상화 이미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피격 당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지만, 두려워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미국 국민과 하나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주먹을 높이 들었다”며 “나라를 되찾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이라고 CNN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프로노프는 세계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다수 그려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의 초상화도 그렸다고 한다.

사프로노프는 당초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 초상화를 의뢰받았으나, 나중에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어느 날 누군가 저를 찾아와 ‘트럼프를 당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달라’고 요구했다”며 “고객이 자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처음엔 의뢰인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 그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감이 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사프로노프는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초상화를 무보수로 작업했다고도 밝혔다.

크렘린궁은 사프로노프가 트럼프 대통령 초상화를 작업한 게 사실이라고 CNN에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