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내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언에 따라 로마 시내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전)’에 묻힐 예정이다. 역대 교황은 대부분 바티칸의 중심인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에 묻혔지만, 다른 곳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1903년 선종한 레오 13세는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당에 안장됐다. 성모 대성전엔 교황 일곱 명이 안장돼 있다. 1669년 선종한 클레멘스 9세가 가장 최근 사례다.

성모 대성전은 교황청이 직접 관할하는 로마 4대 성당 중 하나다. 올해 희년을 맞이해 바티칸을 찾는 순례자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의 관문 기차역인 테르미니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까워 다른 성당에 비해 찾기도 쉽다. 성모 마리아(산타 마리아)에게 봉헌된 최초의 성당이다. ‘마조레(Maggiore)’라는 명칭엔 가장 중요하고 크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성당 건설에 얽힌 전설은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이 없어서 걱정하던 로마 귀족 조반니 부부의 꿈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눈이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면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고, 당시 교황 리베리오(재위 355~366)도 같은 꿈을 꿨다고 한다. 실제로 한여름인 8월에 에스퀼리노 언덕에 눈이 쌓여 교황의 지시로 성당 건축을 시작했다. 14세기 후반엔 아비뇽 유수에서 돌아온 교황의 임시 관저로 쓰였다. 이후 수차례 증·개축되면서 초기 교회(공회당) 양식에 로마네스크·바로크 양식이 혼합돼 건축학적 가치도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이 성당에 깊은 애착을 보였다. 2013년 교황 즉위 이후 틈틈이 이 성당을 찾아 성모상 앞에서 기도했고, 해외 방문 전후엔 빠짐없이 이곳에서 은총을 구했다. 수차례 인터뷰에서 “교황직에 오르기 전 일요일 아침마다 쉬던 곳”이라며 “(사후) 이곳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퇴원 후 바티칸으로 돌아갈 때도 이 성당을 찾아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언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육신이 부활할 날을 기다리며 성모 대성전에 안치되길 원합니다. 나는 사목 방문의 시작과 끝마다 이곳에 들러 기도하며, 나의 뜻을 원죄 없는 성모님께 맡기고, 그분의 자애롭고 모성적인 보살핌에 감사드리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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