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미국은 일본에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50분간 회담을 마친 뒤 “미국 측에서 환율 수준과 목표, 환율을 관리하는 체제와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점과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 및 금융의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일·미 간 환율과 관련해 긴밀하고 건설적인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가토 재무상의 발표에 당초 ‘제2의 플라자합의’를 우려했던 일본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인위적으로 엔화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내용으로 1985년 체결된 플라자합의의 여파로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고, 장기 불황에 들어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회담 전인 23일 베선트 재무장관은 “(달러와 엔화 간) 절대적인 환율 목표는 없다”며 “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되도록 한다는 과거 G7(7국)의 합의를 일본이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달러에 비해 값싼 엔화의 가치를 시정하라는 요구가 있을지 긴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본 엔화든 중국 위안화든 통화가치를 낮추면 우리에게 매우 불공평한 불이익이 초래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저를 유도해, 미국과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얻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당분간 인위적인 환율 조정 요구는 없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지론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환율 문제는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NHK는 “역사적인 엔저가 지속되는 현재 상황은 트럼프로선 참기 힘든 일일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비싼 달러와 값싼 엔화라는 현재 상태를 시정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금은 미국의 주식·채권·달러 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면서 금융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잠시 환율 문제를 덮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