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사기 혐의로 재판 중인 조반니 안젤로 베추(77·이탈리아)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가톨릭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황청 2인자인 궁무처장, 시성성 장관을 지내 ‘바티칸 실세’로 불렸던 베추는 2023년 영국 런던의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바티칸 법원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베추는 이후 추기경 지위와 칭호는 유지하고 있지만 예우와 권리 행사는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다음 달에 열리는 콘클라베 참석자 명단에도 빠져 있다. 바티칸 공식 홈페이지 ‘홀리 시(Holy See)’에도 베추의 교황 선거권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베추는 지난 22일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고향인 사르디니아에서 출발하면서 이탈리아 기자들에게 “콘클라베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가 보도했다. 그는 “콘클라베에 내가 참석하는 것을 막을 아무런 형식적 혹은 법적 장애가 없다”고 말했다.
베추는 자신의 부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베추가 콘클라베에서 배제된 뒤 2심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새 교황의 정통성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교계 일각의 지적이 있다. 반대로 그가 콘클라베에 참석한 뒤 유죄가 확정되면 ‘자격 없는 자가 교황 선출에 관여했다’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베추의 콘클라베 참여 인정 여부가 추기경단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추의 교황 선거권은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추기경단 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