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믈리에가 파리의 한 식당에서 와인을 시음하곤 자신이 시킨 샤블리 산지 와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르파리지앵 유튜브

프랑스 파리 유명 관광지의 일부 식당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님이 주문한 와인보다 저렴한 와인을 내놓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손님이 와인을 잔으로 시킬 경우, 병을 볼 수 없으니 맛에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일종의 바꿔치기를 한다는 것이다.

파리의 레스토랑 업계에서 약 30년 근무한 사라(가명)는 23일 공개된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해피아워 때 남은 와인들을 한 병에 모아서 제공하거나, 바르돌리노 대신 가격 차이가 4~5유로나 나는 끼안티로 바꿔서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를 업계에선 ‘렁포테’(분갈이·rempoter)라고 부른다고 사라는 설명했다. 손님이 주문한 와인을 더 저렴한 다른 와인으로 바꿔 서빙한다는 것이다. 사라는 “소믈리에는 다 알아보겠지만, 손님은 관광객이라 잘 모른다”며 “식당 주인들이 특정 시즌 때 보졸레 와인을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뒤 재고가 남으면 이를 코트 뒤 론 와인이라며 제공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대부분 식당이 이런다.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뭐든 하는 시대”라고 했다.

르파리지앵은 파리 식당에서 일하는 서버 15명과 인터뷰했는데, 다수가 비슷한 수법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몽마르트 인근의 한 유명 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트리스탄(가명)은 “단골을 제외하면, 나머지 손님들은 전부 사기를 당했다”며 “미국인 관광객들이 테라스에 앉는 걸 보면 ‘이 사람들도 속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비싼 와인 재고가 빨리 줄면 사장에게 혼나곤 했다”며 “딱 한 번, 어떤 손님이 이 속임수를 눈치챈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소믈리에였다”고 했다.

이런 증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르파리지앵은 업계에서 많은 경력을 보유한 소믈리에 2명을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관광객으로 위장시켜 직접 실험에 나섰다. 며칠 간격으로 여러 번 와인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된 식당에서 와인을 시키는 식으로 실험은 진행됐다.

그 결과 소믈리에 2명 모두 해당 식당에서 자신이 시킨 것과 다른 와인이 나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각각 샤블리나 상세르 산지의 샤르도네 품종 와인을 주문했으나, 정작 서빙된 와인은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소비뇽이었다고 했다. 이 식당에서는 와인을 잔당 샤블리 8.5유로(약 1만4000원), 상세르 7.6유로(약 1만2000원), 소비뇽 5.6유로(약 9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소믈리에들은 판단의 신빙성을 위해 식당에서 나와 바로 인근에서 자신들이 주문했던 것과 같은 와인을 병째 구매해 시음해보기도 했다. 한 소믈리에는 “향부터가 아까 마신 와인과 완전히 다르다”며 “우린 방금 식당에서 사기당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르파리지앵은 이 같은 사기 행각은 소비자 기만죄에 해당해 적발 시 최대 30만 유로(약 4억2000만원)의 벌금이나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여러 서버들의 조언을 인용해 “속지 않으려면 와인을 주문할 때 병을 직접 보여달라고 하거나, 여러 명이 함께 식당을 방문할 경우엔 그냥 병째 주문하는 게 낫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