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효고현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마루오 마키 현의원/고베=성호철 특파원

지난 23일 고베시에 있는 효고현 현청에서 만난 마루오 마키 현의원은 “(죽음을 택한) 다케우치 히데아키 전 현의원에 대한 유튜버의 비난·공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케우치는 마루오 의원과 함께 사이토 모토히코 효고현 지사의 갑질 사건을 파헤친 현의회 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정치인이다. ‘조사위가 사이토를 음해한다’는 음모론에 기반한 유튜버들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1월 예상을 깨고 사이토가 재선된 후 유튜버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다케우치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왜 유튜버의 공격을 받았나.

“사이토 지사의 갑질 사건이 불거진 후 나는 현청 앞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사의 갑질에 대한 설문을 했고, 27명의 증언을 받아냈다. 사이토 지지자 입장에선 내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유튜버들은 선거 때 근거 없는 이야기를 퍼뜨렸다. 대부분 거짓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는 유튜브와 X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어느 유튜버도 이 과정에 나에게 연락해 확인하지 않았다. 구글과 같은 유튜브 운영 회사도 거짓·비방 동영상을 내버려뒀다. 나는 거짓말 동영상 26개를 찾아 삭제 요청을 했고 이 중 13개는 삭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볼 사람은 다 보고 난 다음이었다.”

-유튜버들의 행동 방식은.

“다치바나가 40~50명을 모아 한 시간 동안 온갖 비방으로 점철된 거리 연설을 한다. 유튜버들은 이걸 찍어서 올린다. ‘이누부에(犬笛·개 명령용 호루라기, 한국의 ‘좌표 찍기’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인터넷 용어)’도 일어났다. 온라인에 나와 다케우치의 사무소 주소,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고 공격해 왔다. 의원 사무실 주변에 남성 여러 명이 (촬영용) 스마트폰을 들고 배회하고 사무소로 전화해서 ‘죽어라’라고 호통치곤 끊기도 했다.”

-죽은 다케우치 전 현의원도 비슷했나.

“그럴 것이다. 다케우치의 경우 안타깝게도 아내가 남편을 돕는다고 전화받는 일을 했다. 아내가 충격받고 ‘의원 그만두라’고 진언했다고 한다. 다케우치는 보궐선거 다음 날 사퇴했는데 그때 ‘(유튜버) 다치바나가 무섭다’라고 하더라.”

-다케우치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나는 다케우치에게 같이 싸우자고 했다. 그는 ‘나는 너무 힘들고 무섭다’며 거절했다. 사이토 재선 후 다케우치가 현의원을 그만두었는데도 공격이 계속되자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그가 세상을 뜬 지금까지도 비방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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