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한 지자체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을 포함한 미술품 46점을 실수로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CNN, BBC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브라반트주 마쇼르스트 시 당국은 앤디 워홀의 베아트릭스 전 네덜란드 여왕 실크스크린 작품이 시청 미술품 재정비 과정에서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가치는 1만5000유로(약 2400만원)로 추정된다. 이는 앤디 워홀이 1985년 제작한 ‘여왕의 통치(Reigning Queens)’ 실크스크린 초상화 시리즈 중 하나로, 당시 워홀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란드)의 은톰비 트발라 등 4명의 초상화를 각각 4장씩 총 16장을 제작했다.
이번 재정비 과정에서 워홀의 작품을 비롯해 총 46점의 예술작품이 분실됐다. 해당 작품들의 가치는 총 2만2000유로(약 3600만원)에 달한다.
시청 관계자들은 시청 건물 개조 공사 중이던 지난해 해당 작품들을 지하에 임시 보관했다. 이후 작품들은 적절한 보호 조치 없이 다른 장소로 이전됐으며 지난 2023년 발생한 누수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시청은 지난해 11월 예술작품 분실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청은 작품 관리 책임자가 누구인지, 폐기 과정에서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시청은 독립 조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후 “예술 작품이 쓰레기와 함께 실수로 폐기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라는 보고서를 받았다. 해당 조사 기관은 예술 작품 등록, 보관, 보존 및 보안에 대한 지침이 없으며, 보수 기간 동안 부주의하게 다뤄진 점을 지적했다. 한스 반데르파스 마쇼르스트 시장은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귀중품은 그런 식으로 취급해선 안 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네덜란드에서 최근 발생한 두 번째 예술 작품 폐기 사고다. 지난해 10월 한 박물관에서 엘리베이터 기술자가 빈 맥주 캔 모양의 예술 작품을 실제 쓰레기로 오인해 폐기한 사례가 있었다. 다행히 당시 맥주 캔 작품은 쓰레기봉투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작품은 세척 후 박물관 입구에 다시 전시됐다.